
▲(사진=AFP/연합)
중국산 제품에 '104% 관세 폭탄'을 부과한 미국에 대해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미중 관세전쟁이 걷잡을 수 없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9일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10일 낮 12시 1분부터 미국산 수입 상품에 대한 추가 관세율을 34%에서 84%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미국 기업들에 대한 무더기 제재도 단행됐다. 중국 상무부는 쉴드 AI와 시에라 네바다 등 미국 군수기업 6곳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에 추가하고 중국과 연관된 수출입·투자를 막기로 했다.
또 아메리칸포토닉스(렌즈 제조)·노보텍(바이오)·에코다인(드론)을 비롯해 미국 방산업체까지 총 12개 기업에 대해서는 이중용도 물자(군용으로도 민수용으로도 쓸 수 있는 물자) 수출을 금지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34% 상호관세에 이어 대중국 관세를 50% 더 높인 것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추가 제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펜타닐 문제로 중국산 제품에 20% 추가 보편관세를 부과하며 포문을 열었다. 중국도 보복에 나섰지만 표적 보복만 하면서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34%의 상호관세를 추가로 물리자 중국도 모든 미국산 제품에 34%의 보복관세로 대응에 나섰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50%포인트를 추가하면서 중국에 도합 104%라는 관세 폭탄을 날렸고 중국도 똑같이 50%를 더 인상한 것이다.
이렇듯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이어가는 배경엔 초고율의 관세 부과를 통해 중국을 굴복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한 백악관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공급과잉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은 수출 주도의 경제 회복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우위에 있어 중국을 협상에 나서도록 압박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며 “중국은 미국 외의 시장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스테픈 미란 백악관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블룸버그TV에 “협상 지렛대를 갖고 있는 쪽은 미국이고 이는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라며 “그들(중국)이 양보하면서 데탕트(긴장완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국 또한 합의를 원하지만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듯하다"며 “우리는 그들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고 이는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은 관세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미국이 고집대로 한다면 반드시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응수에 나선 상태다.
문제는 멈출 조짐이 보이지 않는 치킨 게임으로 양국 모두 상당한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한 만큼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인플레이션이 급등할 공산이 크다. 아울러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이 교역을 중단시킬 정도로 이미 치솟은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카드'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골드만삭스의 앤드류 틸턴 이코노미스트는 “2000% 관세는 1000% 관세보다 무역 흐름에 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미국은 백악관 관리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 또한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로 중국 연간 성장률의 최대 3%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됐다. 월가에선 올해 중국이 성장 목표치인 '5% 안팎'을 달성할 수 없다고 내다보고 있다.
CNBC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이날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4.2%로 하향 조정했다. 전날 나티시스도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4.2%로 제시했고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기존에 예측한 전망치인 4.5%가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경고한 상황이다.
컨설팅 업체 가베칼 드래고노믹스의 크리스토퍼 베도르는 “현재 상황으론 무역판 미중 핵전쟁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한편,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15일부터 미국산 상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집행위는 철강관세 보복조치에 대한 회원국 표결이 가결됐다며 “15일부터 관세가 징수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공정하고 균형잡힌 협상 결과에 합의한다면 이러한 대응조치는 언제든지 중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협상의 문을 열어두기 위해 오는 15일을 시작으로 내달 16일, 12월 등 세 단계에 걸쳐 단계적으로 보복조치가 시행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