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북권에 부동산 열기가 번지고 있다. 역세권 개발로 이른바 '청량 벽해'를 경험한 청량리 일대 신축단지는 억대 웃돈이 붙으며 거래가 지속되고 있다. 청량리에서 시작된 열기는 동대문구, 중랑구, 노원구 등 주변 지역으로 퍼지면서 거래량을 끌어올리고, 개발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분위기다.
'상전벽해' 상승세 탄 청량리 집값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동대문구는 신축 주상복합 발 가격 오름세가 뚜렷하다. 전농동에 위치한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전용면적 84㎡는 지난 2월 18억793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만 해도 11억원대에 거래된 타입이다. 채 반년도 안 되는 기간에 7억원 이상 웃돈이 붙었다.
이웃한 용두동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도 신고가를 최근 경신했다. 이 단지 전용면적 84㎡는 올해 8월 16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타입은 2019년 당시 10억원대에 분양한 상품이다. 이 단지는 지난 6월 진행한 무순위 청약에서 1가구 모집에 4만5000여 명의 청약자를 모으는 진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청량리역은 이미 6개 노선이 정차하고 있고, 앞으로 GTX-B·C와 면목선, 강북횡단선까지 연결될 서울의 핵심 교통허브로 조성하는 한편, 고밀복합개발을 유도해 업무·산업의 핵심 거점으로도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여기에 초고층 주상복합 및 지속적인 정비사업이 진행되면서 노후 이미지까지 떨쳐내니 수요가 몰리고 있으며, 내년 말 부터 분양권 2년 보유시 양도세가 면제되는 시기가 오면 본격 거래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2의 청량리는 어디? 상봉·망우·광운대역 일대로 번지는 파급력
청량리 일대가 새 옷으로 갈아입자 파급력이 인근 지역인 중랑구와 노원구까지 퍼지는 모양새다. 이들 서울 동북권은 서울 내에서도 단연 저평가 됐던 만큼 개발 소식이 줄을 잇자 가격 상승률도 가파르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부동산 호황기가 시작되기 전인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중랑구 3.3㎡당 아파트값은 1630만1000원에서 2177만7000원으로 33.6%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송파구 상승률 18.8%와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노원구 역시 5년간 아파트값이 30.1%나 상승했고, 동대문구도 22.7%로 송파구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아파트 거래도 활발해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청량리역(동대문구), 상봉역(중랑구), 광운대역(노원구)이 자리한 3개 구에서는 올해 2분기 총 2191건의 아파트 매매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1261건 대비 73.7% 급증했다.
특히 청량리역에서 지하철 3~4정거장 거리에 위치한 상봉·망우 일대 개발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이곳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상봉·망우 일대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이 정차하는 동시에, 기존 노선과의 네트워크 효과가 뛰어난 점에서 청량리 '복제판' 이라는 평가다.
초고층 주상복합에 수요가 쏠리는 점도 청량리와 비슷하다. '상봉 프레미어스 엠코' 전용면적 111㎡는 7월에 12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0월 10억7000만원에 거래된 타입으로, 채 1년도 되지 않아 2억원 가량 상승한 것이다.
역세권 주변으로 전개되는 다수의 개발사업도 기대를 더한다. 대표적인 곳이 상봉9재정비촉진구역이다. 38년간 상봉터미널을 운영해 온 신아주그룹이 시행을 맡아 해당 부지를 초고층 랜드마크로 재개발한다. 시공은 포스코이앤씨가 맡았고, 지하 8층~지상 49층, 연면적 29만1688㎡ 규모의 주상복합 5개 동이 들어선다. 공동주택 999가구 외에도 오피스텔 308실, 판매시설(1만4478㎡), 문화 및 집회시설(264㎡), 근린생활시설(264㎡) 등이 함께 들어설 예정이다. 2024년 착공해 2029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광운대역 인근 역세권 개발 역시 청량리 개발을 기점으로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은 노원구 월계동 일원 광운대역 물류부지에 4조5000억원을 투자해 복합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3000여 가구 주거시설과 스트리트몰, 상업시설, 호텔, 오피스 등을 건축하는 4조5000억원 규모의 사업이다. 광운대역은 1호선과 경춘선이 지나고, 향후 GTX-C 노선도 계획돼 있어 청량리역, 상봉역과 함께 동북권의 핵심축으로 발돋움 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