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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시민이 창원시 제2부시장의 ‘해외 출장비 논란’ 책임 물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9.20 09:30

이상욱 전국부 기자

이상욱 전국부 기자

▲이상욱 전국부 기자

지난달 터진 조명래 경남 창원시 제2부시장의 검찰 송치 사건은 제법 큰 뉴스거리였다. 그가 지난 2022년 홍남표 창원시장 후보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하면서 캠프 관계자로부터 수천만 원 상당 오피스텔 임대료 등을 받은 혐의의 사건이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 창원에서는 그보다 그의 해외 출장비 문제가 더 큰 관심거리다.


◇ 조명래 창원시 제2부시장 “가짜 뉴스" vs 진형익 창원시의원 “말장난"

조 부시장과 진형익 창원시의원은 지난 10일 해외 출장비 과다 지출 이슈를 놓고 종일 '가짜 뉴스' 공방을 벌였다.


진 시의원은 당시 열린 제137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2014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10년간 제2부시장의 해외 출장 소요 예산을 보면 민선 8기의 조명래 부시장의 해외 출장비가 민선 7기보다 5배 가까이 많았으며, 민선 6기에 비해 6배 많았다"고 했다.


진 시의원은 “조 부시장은 최근 2년간 4차례에 걸쳐 해외 출장을 다녀왔고, 1억2600여 만원의 예산을 사용했다"면서 “전임 부시장들이 2000만원대의 예산을 사용한 것을 감안하면 1억원가량 많은 예산을 사용했다"고 했다.


진 시의원은 △민선 6기 김충관 부시장 5차례, 1917만3000원 △민선 6기 유원석 부시장 2차례, 2169만6000원 △민선 7기 이현규 부시장 5차례, 2644만4000원 △조 부시장 4차례 1억2654만4000원의 역대 창원시 부시장 출장비 자료를 공개했다.




그러자 조 부시장은 그 자리에서 “(저는) 4건의 출장으로 2228만750원을 썼다"며 “의회가 가짜 뉴스 생산하는 곳이냐. (저한테) 확인 안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조 부시장의 해외 출장을 관리한 창원시 투자유치단도 해명자료를 내고 “조 부시장의 출장예산 1억2654만4000원은 출장을 떠난 총인원 22명이 함께 쓴 금액"이라며 “개인으로는 2253만5750원이었다"고 반박했다. 투자유치단은 “진 시의원은 공개적 자리에서 마치 조 부시장 개인이 출장예산을 모두 쓴 것처럼 허위사실을 의도적으로 주장했다"고 밝혔다.


진 시의원은 이튿날 배포한 자료를 통해 조 부시장의 1인 해외 출장비는 역대 부시장의 수행단을 포함한 해외 출장비와 맞먹는다며 “2253만원에 불과하다는 주장 역시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응수했다.


◇ 새빨간 해외 출장비 숫자

두 사람의 말은 모두 진실이지만, 이런 논란이 벌어진 배경에는 유리한 방식으로 출장비를 설명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진 시의원이 언급한 '해외 출장비 1억2600여 만원' 은 마치 조 부시장 혼자 사용한 출장비로 오인할 만한 인상을 줬다. 조 부시장이 말한 '개인 출장비 2228만750원' 역시 전임 부시장들이 수행원과 함께 쓴 출장비를 자신의 개인 출장비와 동일 선상에 올려놓은 것이다. 조 부시장의 경우 수행원 비용을 포함한 해외 출장비는 1억2654만4000원이 맞다. 이러니 시민들이 냉소적인 반응을 드러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보편 언어인 숫자가 문제였다. 정치인들은 어느 숫자가 특별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납득시키고 싶을 때 가장 먼저 그 숫자를 관련된 맥락 속에 넣어 더 많은 의미를 지닌 진실로 바꾸기도 한다. 그들은 숫자를 실제보다 크게 보이게 또는 작게 보이게 조정하는 데 아주 능하다. 이번 경우처럼 해외 출장비를 '창의적으로' 바꿔서 말하는 이유는 아마도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일 것이다.


요즘 시대에 공무원 해외 출장이 무슨 이슈겠나? 출장비 집행 과정이 투명하고, 평소 언행에 배치되지 않는다면 문제가 될 일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경제적 비용을 실제보다 더 크게 혹은 더 작게 보이게 만들어 시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면 반드시 책임을 지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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