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지역 한 방송사가 뉴스에서 “향토기업이라던 이 운영사, 알고 보니 사실상 외국 유명 사모펀드의 지배를 받는 회사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이 방송은 “회사 측은 30년 가까이 지역에 투자해 온 지역기업임을 강조하지만, 일부에서는 의문을 제기한다"라고도 했다. 이 회사의 복잡한 소유구조 정점에 해외 유명 사모펀드가 있기 때문에 부산 교통카드 서비스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취지였다.부산 교통카드의 정산사업자인 (주)마이비에 대한 보도내용이다.
부산지역 한 일간지도 “부산의 교통카드 정산사업자인 (주)마이비가 향토기업이란 주장과 달리 사모펀드인 맥쿼리 자산운용이 최대 주주인 사실이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며 비슷한 주장을 했다. 외국 유명 사모펀드가 최대 주주라고 해서 향토기업이 아니라는 취지의 말은 궤변에 가깝다.
부산시는 최근 교통카드 시스템 새 사업자 공모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발표한 '부산형 대중교통 혁신방안' 일환이다. 발표 당시 부산시는 빅데이터 기반 시내버스 노선 전면 개편과 통합 모빌리티 서비스(MaaS) 제공, 도시고속형 시내버스 운행, 도시철도 1~2호선 연결, 비접촉식 결제 시스템(Tagless) 도입 등을 향후 추진 과제로 꼽았다. 하지만 부산시가 지난 4일 내려던 새 사업자 공모 입찰공고에 제동이 걸렸다. 교통카드 사업권이 ㈜마이비의 사유재산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후 엉뚱하게도 '향토기업' 논란이 번졌다. 부산시의 새 사업자 '선정 권한'이란 본질을 벗어난 신경전 때문에 법률 검토 등 생산적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 버렸다. 현재 부산 교통카드 시스템 사업자인 ㈜마이비는 설립 이후 27년간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 회사는 자신이 구축한 전국 마이비 교통카드 시스템의 제조·개발·유지보수·콜센터 운영을 10여 개 부산지역 기업에 맡겨 연간 200억원 이상의 경제 효과를 유발하는 등 부산지역 경제에 공헌하고 있다.
또한 교통카드 시스템 운영으로 생긴 수익을 부산시 정책사업 개발과 CCTV 제공 등 교통 환경 개선, 120억원에 달하는 대중교통시민기금 설립에 쏟아붓는 등 사회공헌에 매진했다. 특히 설립 이후 단 한 차례도 외부로 자금을 유출한 적도 없다.
실제로 이 회사는 설립 이후 부산시로부터 재정 지원을 전혀 받지 않았다. 지난 25년 동안 과다한 재투자 등으로 적자경영을 벗어나지 못하다가 최근 2년간 신용카드사로부터 받은 사용료가 인상되면서 겨우 적자를 면했다. 이처럼 부산에서 홀로서기한 기업을 두고 벌인 '향토기업' 논쟁이 사실 자연스럽지 않다.
매쿼리 자산운용의 ㈜마이비 투자 재원은 국민연금과 삼성생명 등 100% 국내 기관의 자금으로 구성됐다는 건 시장에 알려진 이야기다. 시장에서 통상 평판 좋은 기업은 재무적 투자자를 모아 자기자본을 만든다. 재무적 투자자는 지분 투자니까 잘못되면 돈을 모두 잃을 수 있다. 그래서 프로젝트가 정말 수익성이 좋은지 따져보고 투자한다. 이러면 기업은 시장이 꺾여도 계속 신기술 개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자기자본이 충분해진다. 해외 펀드가 활성화되고 정책 당국과 언론이 이들의 투자에 우호적이기를 원하는 바람은 언제쯤 이뤄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