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에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가상화폐 황금기'가 올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8만1000달러를 돌파한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시세가 연말까지 추가로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가상화폐 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한국시간 11일 오후 2시 30분 기준, 비트코인 시세는 24시간 전 대비 1.66% 오른 8만1025.6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일주일 전보다는 18% 가까이 급등했다. 이날 오후 한때 비트코인은 8만1801.99까지 오르는 등 8만2000달러 돌파를 넘보기도 했다.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은 가격이 일주일 전 대비 28% 가량 올랐고 트럼프 당선의 일등공신으로 꼽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관련 있는 도지코인은 같은 기간 약 90% 폭등했다.
솔라나(26.81%), 바이낸스(11.93%), 리플(14.94%), 카르다노(74.75%), 시바이누(50.31%) 등 주요 알트코인 시세 역시 7일 만에 크게 올랐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당선인이 애리조나주에서도 승리를 거둬 이번 대선의 승부처로 지목되던 '7대 경합주'를 모두 석권하자 가상화폐 업계가 크게 환호했다고 10일(현지시간) 전했다.
여기에 공화당이 연방 상·하원까지 모두 장악하는 '레드 스윕' 시나리오마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자 투자심리가 가상화폐에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공화당이 미 의회를 장악하면 트럼프 당선인을 견제할 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선거 유세 과정에서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비축하고 조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를 완화해 미국을 비트코인 '수도'로 만들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한때 가상화폐 산업을 '사기'라고 비판했지만 '친(親)비트코인 대통령'이 되겠다는 등 최근엔 친화적인 태도로 전환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첫날 가상화폐 규제에 앞장섰던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해임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가상화폐 업계에 큰 호재로 받아들여졌다.
가상화폐 관할 당국이 SEC에서 연방거래위원회(FTC)로 바뀔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캠프 내에도 친가상화폐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은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으며, 트럼프 정권 인수위원회 공동위원장 하워드 루트닉도 가상화폐 기업 테더가 지분을 보유한 투자업체를 이끌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차남 에릭 트럼프는 선거 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백악관 위에 비트코인 깃발이 나부끼는 합성 사진을 공유하기도 했다.
시장과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시세의 추가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가상화폐 옵션 거래소인 데리빗에서 비트코인이 9만달러를 돌파할 것을 반영하는 미체결약정(OI)이 28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K33 리서치의 베틀 룬데 리서치 총괄은 “옵션 시장에선 지속적인 모멘텀에 크게 취우쳐 있다"며 “콜옵션 거래에 프리미엄이 붙여지고 있고 외가격(OTM)에 대한 미결제약정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OTM은 콜옵션 행사가격을 기초자산의 현재 가격보다 높게 정하는 방식으로, 옵션 시장에선 비트코인이 더 오를 것이란 방향에 베팅을 늘리고 있다는 의미다.
DACM의 리차드 갤빈 창업자는 “대선을 앞두고 (비트코인) 디리스킹에 나섰던 기관투자자들이 트럼프 승리 이후 다시 들어와 매수세를 키우고 있다"며 “이런 흐름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가상화폐 전문매체 더블록에 따르면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애널리스트 제프 켄드릭은 연말까지 비트코인이 손쉽게 10만달러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연말이나 내년 1월 트럼프 당선인 취임 전 12만5000달러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