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미국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하원 선거 결과, 친(親)가상화폐 의원 약 300명이 미국 의회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 경제 매체 CNBC는 23일(현지시간) 가상화폐 로비 단체 '스탠드 위드 크립토'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는 가상화폐 업계가 입법 의제에서 전례 없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CNBC는 평가했다.
연방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가상화폐 관련 기업들이 만든 슈퍼팩(super PAC·정치자금 모금 단체)과 가상화폐 업계가 이번 선거 기간 총 2억4500만달러(약 3427억원)를 모금해 친가상화폐 후보를 지원했다.
가상화폐 업계가 이번 선거에서 친가상화폐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슈퍼팩(super PAC·정치자금 모금 단체) 중 하나인 슈퍼팩 페어쉐이크는 후원한 후보 56명 가운데 3명을 제외한 모든 선거에서 승리해 주요 의석을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대표적으로는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인 세러드 브라운(민주당) 상원의원에게 승리한 무명에 가까운 사업가 버니 모레노 공화당 상원의원 당선인이다. 브라운 의원은 가상화폐 기업에 대한 엄격한 통제를 주장해온 반면 모레노 후보는 가상화폐를 적극 지지해왔다.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 브라이언 암스트롱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미국에서 가장 친가상화폐 의회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고 논평했다.
가상화폐에 우호적인 인사는 의회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도 대거 자리하게 된다.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지명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지명자가 대표적이다.
재무장관에 지명된 헤지펀드 '키스퀘어 그룹' 창업자 스콧 베센트도 빼놓을 수 없는 가상화폐 옹호론자다. 그는 지난 7월 폭스 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나는 트럼프가 가상화폐를 수용한 것에 대해 매우 흥분했다"며 “가상화폐는 자유에 관한 것이며 가상화폐 경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회사 캔터 피츠제럴드 회장인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는 가상화폐 전도사를 자처하며 가상화폐에 부정적이었던 트럼프 당선인의 마음을 돌려놓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캔터 피츠제럴드는 시가총액 3위 가상화폐 테더의 발행사인 테더의 대주주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4일 보도했다. 캔터는 테더의 자산 1340억달러 중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캔터 피츠제럴드가 비트코인을 담보로 고객에게 자금을 대출해주는 자사의 사업 계획과 관련해 테더의 지원을 받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앞서 이 회사는 지난 7월 비트코인을 담보로 고객에게 자금을 대출해주는 사업모델을 발표한 바 있다.
초기 단계로 20억달러(2조8000억원) 규모를 계획하고 있는 대출 규모는 추후 100억달러(14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테더는 가상화폐 테더의 가치 고정을 위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를 담보로 설정하고 있는데, 캔터 피츠제럴드가 해당 국채의 수탁업무를 담당하며 이미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바이든 정부에서 규제 일변도의 정책으로 가상화폐 업계와 각을 세워온 개리 겐슬러 현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트럼프 당선인 취임일인 내년 1월 20일 물러나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한편, 비트코인 가격은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가상화폐 산업에 우호적인 정책이 나올 것이란 기대감에 10만달러 돌파를 앞두고 있다.
글로벌 가상화폐 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한국시간 25일 오후 2시 33분 기준, 비트코인 시세는 현재 9만8299.84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22일 9만9421.67달러까지 올랐지만 추가 상승이 제한되면서 횡보세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