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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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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 확보했다”더니…유럽 한파 예고되자 에너지 위기 재고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11.28 12:01

올 겨울 유럽 한파 예고…난방 수요 자극 예상

이례적인 EU 천연가스 재고 소진량…러·우 전쟁 격화도 공급 우려 부채질

유럽 천연가스 이달에만 20% 상승…아시아 시장에도 영향 미칠 가능성

UKRAINE-CRISIS/RUSSIA-HUNGARY-OIL

▲헝가리에 위치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사진=로이터/연합)

11월 우리나라 전국에 이례적인 폭설이 쏟아진 가운데 유럽에서는 2년 만에 강추위가 예고되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격화되는 와중에 유럽 천연가스 비축 물량이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소진되자 '2022년 에너지 위기'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마저 증폭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내년 3월까지 유럽 평균 기온이 지난 2년간 관측된 수치를 밑돌 것으로 예측됐다. 12월의 경우 유럽 평균 기온이 4.6도로 예상되면서 지난해(6.3도)를 밑돌지만 2022년 겨울(3.9도)보단 높을 전망이다. 다만 내년 1월, 2월 3월은 평균 기온이 각각 3.7도, 4.0도, 5.7도로 예보돼 지난해(4.1도, 7.8도, 8.5도)와 2022년(5.4도, 5.5도, 7.4도) 수준을 모두 하회할 전망이다.


이에 민간 위성사진 업체인 막사 테크놀로지는 올 겨울 유럽의 난방 수요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2022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글로벌 항공업계가 주로 참고하는 웨더서비스인터내셔널(WSI)에서도 12월 유럽 기온이 급감해 난방 수요가 평균치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노르웨이 오슬로의 경우 최저 영하 12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는데 이는 30년 평균치보다 9도 낮다.


문제는 이번 겨울에 유럽 천연가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던 2022년 에너지 위기가 다시 올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앞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계기로 매년 11월 1일까지 천연가스 비축량을 90% 이상 채우기로 합의했는데 올 겨울엔 시한을 하루 앞두고 저장시설의 95%가 찼다고 EU 집행위원회(EC)가 발표했다. 카드리 심슨 EC 에너지 집행위원은 “이번 겨울을 앞두고 유럽 전역에 걸쳐 건강한 수준의 천연가스 물량을 확보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달들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난방 수요가 증가한 데다 바람가뭄(풍력 발전을 하지 못할 정도로 풍속이 낮은 현상)마저 일어나자 올해 재고가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실제 유럽 가스업계 단체 GIE, 트레이딩이코노믹스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으로 유럽 천연가스 비축량은 87.4%로 집계됐는데 이는 5년 평균치(89.5%)를 밑도는 수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최근 북한군 파병과 미국의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 사용제한 해제 등으로 격화한 것도 에너지 수급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 기업 가스프롬이 오는 12월 31일부터 우크라이나를 통한 천연가스 유럽 공급을 중단하려 한다고 최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를 통한 천연가스 공급은 유럽 전체 대비 5%에 불과하지만 중부 유럽 국가들은 이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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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년간 11월 1일~18일 EU 천연가스 재고 증가/감소 추이. IEA에 따르면 올 11월에는 EU 천연가스 재고가 5 입방미터(bcm) 넘게 감소했다(자료:IEA)

이와 관련, 파리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최근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EU의 천연가스 재고가 빠른 속도로 소진됐다며 “러시아의 공급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시장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저장시설을 충분히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는 듯,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이미 이달들어 고공행진하기 시작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이날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내년 1월물 가격은 메가와트시당 47.06유로를 기록했다. 지난 21일엔 가격이 1년 만에 48유로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달에만 20% 가까이 급등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의 올해 상승률은 41%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유럽 천연가스 가겨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서 과거의 에너지 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특히 유럽 천연가스는 아시아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동북아 지역의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지표인 일본·한국 가격지표(JKM) 가격도 덩달아 오를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 지역의 LNG 물량을 놓고 유럽 구매자들과 수입 경쟁할 수 있어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에너지 애스팩츠의 애널리스트들은 유럽이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여왔지만 러시아의 마지막 공급마저 끊길 경우 천연가스 시장이 압박 받아 글로벌 가격이 치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아르네 로만 라스무센 수석 애널리스트는 “EU가 어떤 가격으로도 천연가스를 구매했던 2022년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삭소뱅크의 올레 한슨 원자재 전략 총괄은 “온화한 겨울과 관련해 유럽의 운이 다할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며 “이는 즉 유럽이 LNG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아시아 국가들과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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