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이하의 실적을 기록하리라는 마이크론의 '고백'에 반도체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최근 실적 부진으로 고민 중인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도 함께 깊어지고 있다.
마이크론은 19일(현지시간) 2025년 회계연도 2분기 매출이 79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89억8000만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이 소식이 전해진 직후 마이크론 주가는 16% 이상 급락했다. 이는 2020년 이후 최대 낙폭이다.
마이크론의 실적 전망 하향은 PC와 스마트폰 등 전반적인 소비자 시장 부진이 주된 원인이다. 여기에 자동차용 반도체와 산업용 반도체 수요마저 약화하면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고객사들의 재고 수준도 여전히 높은 상태다.
특히 PC 교체 수요가 예상보다 크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PC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개인 소비자들의 구매력도 떨어진 영향이다. 스마트폰 시장도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자동차와 산업용 반도체 시장의 부진은 더욱 우려스러운 신호다. 그동안 이 부문은 소비자 시장 부진을 상쇄할 수 있는 대안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으로 이 시장마저 위축되고 있다. 전기차 판매 증가세가 둔화되고, 공장 자동화 투자도 지연되면서다. 이는 반도체 업계 전반의 수요 회복이 더딜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 같은 반도체 업황 악화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최근 증권가에서 전망한 삼성전자의 4분기 전체 영업이익은 8조70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메모리 반도체 가격 폭락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됐던 기저효과가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분기별 실적 개선 폭은 둔화되고 있다. 3분기 영업이익이 9조1800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4분기는 전분기 대비 소폭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가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 원인이 되고 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3조원대로 낮췄다. 한 달 전만 해도 5조원대를 예상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하향 조정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AI용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기술력 격차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삼성전자의 고부가가치 전략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부문의 적자도 1조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운드리 사업은 대만 TSMC와의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스템LSI는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시장에서 퀄컴, 미디어텍 등에 밀리면서 고전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마이크론과 달리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충격을 일부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과 TV, 가전 등 세트 사업이 안정적인 실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5 시리즈의 출시를 앞두고 있어 향후 모바일 사업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으며 TV와 가전 사업도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로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기술 혁신과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로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AI 반도체 수요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만큼, 이 분야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향후 실적 개선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 개발과 파운드리 미세공정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기술 격차를 좁히고 시장 지배력을 회복하기 위한 고강도 혁신이 이뤄져야 실적에 대한 우려를 말끔하게 씻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