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이 개인·기관 투자자를 제치고 수익률 1위에 올라섰다. 전기차, 밸류업, AI 반도체 등 인기 테마주 위주로 투자한 것이 성과 비결로 풀이된다. 기관 투자자도 올해 밸류업 수혜를 입은 금융주에서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삼성전자 위주로 순매수한 개인 투자자는 상당한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
2024년(1월2일~12월24일) 투자자별 순매수 상위 종목 및 수익률.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1월 2일~12월 24일, ETF 제외)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5개 종목 대부분의 수익률은 강세였다. 외국인의 2024년 순매수 1위는 현대차(2조7749억원)로 총 6.39% 올랐다. 하반기 들어 공급망 이슈와 경쟁 심화 등의 요인으로 변동성을 나타냈지만, 전체적으로 전기차 시장 내 입지가 성장하고 배당 강화 등 밸류업 요인이 투심을 이끌었던 종목이다.
현대차의 뒤를 이은 순매수 상위 종목은 △SK하이닉스 △HD현대일렉트릭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물산 순이다. 특히 HD현대일렉트릭의 경우 올 한 해 국내 증시에서 가장 주가 상승률이 높은 종목(373.84%)이었는데, 외국인 투자자가 그 혜택을 톡톡히 봤다. 삼성물산은 5개 종목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수익률(-9.19%)을 보였다. 올해 주가가 크게 하락한 삼성전자 주식(-30.70%)을 다수 포함한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가장 순매수에 소극적이었던 기관 투자자도 밸류업 테마로 투자 성과를 거뒀다. 기관의 순매수 1위 종목은 신한지주, 4위 종목은 하나금융지주로 올해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를 받은 금융주들이다. 특히 기관이 유일하게 조 단위로 사들인(1조1420억원) 신한지주는 23.04%의 연간 수익률을 거뒀다. 하나금융지주는 35.71%로 신한지주 이상으로 수익에 기여했다.
단 금융주를 뺀 △셀트리온(-3.52%) △LG화학(-49.30%) △포스코홀딩스(-47.75%) 등의 수익률은 부진했다. 셀트리온의 경우 연초 자회사와의 합병에 따른 주식 희석, 공매도 증가 등 요인이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LG화학 및 포스코홀딩스는 올 한 해 성장이 더뎠던 이차전지 업종에 해당했다. 특히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며 내년 이차전지의 대미 수출 실적 전망이 불투명해지기도 했다.
개인 투자자의 한 해 투자 성과는 암울했다. 조 단위 순매수가 몰린 상위 3개 종목이 모두 30% 이상 손실을 기록해서다. 특히 무려 '12조원'대 돈이 몰린 삼성전자가 30.70% 손실로 개인들의 기대를 배신했다. AI 중심으로 재편된 반도체 시장 변화에 따라가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와 반대로 AI 반도체 수혜를 입은 SK하이닉스도 순매수 상위에 이름을 올렸으나, 순매수 규모(7887억원)는 크게 차이가 났다.
삼성전자 다음으로 순매수 규모가 큰 △삼성SDI(2조3183억원, -45.97%) △LG화학(1조6168억원) 등은 이차전지 관련주였다. 특히 삼성SDI는 내년 트럼프 정부 관련 불확실성에 대비해 현대차향 배터리 생산 라인 투자 규모를 50% 이상 축소할 것으로도 알려졌다.
투자자별 순매수 종목을 모두 포함한 국내 코스피 지수는 한 해 -8%대 수익률을 나타내 대부분의 투자자가 손실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들어 반등을 기대하고 저점매수에 나섰으나, 11월부터 시작된 트럼프 리스크, 탄핵 등 대내외 악재가 닥쳤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가치주 및 고배당주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12월 들어 각종 불확실성이 불거지고 있으나 가치주와 고배당주의 아웃퍼폼이 지속 중"이라며 “대표 가치주인 조선업종의 경우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한국 조선사들과 우호적 협력 의사를 밝히며 새로운 모멘텀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