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09일(토)
에너지경제 포토

안희민 기자

ahm@ekn.kr

안희민 기자기자 기사모음




감산 못하는 사우디, 외환보유고 줄자 탈석유 선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05.10 23:50

[연재] 미국과 사우디 석유 둘러싼 애증의 역사 <중> 통계로 본 석유시대의 종말

▲사우디아라비아 위성사진. 사막의 모래폭풍처럼 사우디의 정세는 휘몰아치고 있다. (사진=위키디피아)

[에너지경제신문 안희민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탈석유에 나선 배경엔 외환보유고의 급격한 하락에 있다. 31세의 젊은 왕자가 나서 이란과 미국에 이롭게 감산할 수 없다고 나섰지만 속내는 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OPEC을 창시한 석유맹주 사우디가 석유를 버린 이유를 통계로 살펴봤다.

[글 싣는 순서]
<상>유가하락 세계정세에 미친 영향
<중>통계로 보는 석유시대 종말
<하>한반도 에너지 안보 확보 방안


전문가들이 석유시대가 종말했다고 보는 이유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 유가는 언제나 불규칙했다. 중동전쟁으로 인한 석유파동 때도 유가가 급등한 바 있으며 유가가 40달러를 돌파한 2005년 전에도 유가는 불규칙했다. 중요한 사실은 어느 때나 산유국들은 OPEC의 테이블에서 모여 협의와 조정의 끈을 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2005년 이후 유가가 널뛰는 사이 OPEC 산유국들은 각자의 길을 갔다.

북해산 브랜트유(현물)는 2005년 38달러를 돌파한 이후 2008년 유럽에 금융위기가 도래했을 때 최고치인 130달러를 경신했다. 그 다음해엔 다시 40달러로 급락했다가 2010년 중반 80달러로 다시 올랐고 2011년 중반 120달러까지 치솟았다.

유가가 110~130달러를 넘나드는 기조는 2014년 중반까지 지속됐다. 이후 유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5년 50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잠시 60달러까지 오르는가 싶더니 올핸 3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OPEC은 감산을 포기했다. 여기엔 경제적인 이유보다 정치적인 이유가 크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감산할 경우 과실이 미국과 이란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보고 경제적 손실을 아랑곳하지 않고 감산을 차일피일 미뤘다.

그런 결정이 올해 두 차례나 있었다. 2월 알나이미 석유장관은 미국의 세일가스 기업과 경쟁을 위해, 지난달 무함마드 왕자는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감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우디의 뜻은 곧 다른 산유국에도 감정이입됐고 OPEC을 기능정지 상태로 몰아 넣었다.

외신들은 이를 두고 석유 감산이 더 이상 경제 문제가 아닌 정치 문제라고 썼다.

사우디는 스스로의 선택이 옳다고 자평했지만 사실 위험한 상황이다. 사우디의 외환보유고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의 사우디의 외환보유고는 유가를 후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해산 브렌트유가 2014년 6월 배럴당 110달러에서 2015년 8월 50달러로 떨어지는 사이 사우디의 외환보유고는 2014년 8월 7500억달러에서 6600억달러로 줄어들었다.

유가가 40달러로 급락한 2016년 2월 현재 외환보유고는 5900억달러 수준이다. 절정인 시기보다 12%포인트 떨어졌다.

이런 결과 사우디는 탈석유 정책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고 현지시간 7일 20년 된 석유장관을 교체하고 석유부를 에너지ㆍ산업자원부로 바꾸는데 이르렀다.

골병드는 건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석유 탐사와 생산(E&P) 부문의 재무상태가 극도로 악화되고 있는 것.

최근 석유가격의 하락으로 수익(revenue)이 급감하고 부채는 증가해 수익률 대비 순부채가 2008년 18.63%에서 현재 101.14%로 급등했다. 이는 지난 10여년간 평균치 37%에 비해 엄청나게 증가해 극심한 위험(extremely dangerous)으로 평가 받고 있다. 회사채 이자율도 16.74%로 급격히 상승해 석유 탐사와 생산 부문의 부도(default)가 빠르게 늘어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지표를 토대로 석유시대의 종말을 선언했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OPEC, 메이저를 중심으로 움직이던 구질서(ancient regime) 국제석유시장의 해체로 인한 혼란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