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태희 한국블록체인협회 산업발전위원장 |
[에너지경제신문 이상훈 기자] 2016년 3월 9일, 세기의 이벤트가 열렸다.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가 개발한 인공지능(AI) 바둑프로그램인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대국을 치렀다. 이세돌 9단이 1승을 거두기는 했으나 결국 4대 1로 패했다. 인류는 충격에 빠졌다. 그 이후 우리 사회는 ‘AI’를 쫓아가기에 바빴다.
AI의 윤곽이 겨우 파악될 즈음, 이번에는 더 어려운 게 나타났다. 바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다. 우리나라는 세계가 주목하는 블록체인의 핫플레이스 중 하나가 됐고 ,하루가 멀다 하고 블록체인과 관련한 온갖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에게 블록체인은 마치 영화 ‘부시맨’에 나오는 콜라병처럼 낯설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미래를 섣불리 예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금융 분야를 필두로 유통, 물류, 공공서비스 등에 접목하는 사례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에너지 분야도 톡톡히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 블록체인 기술, 신뢰 기반 효과적 거래 가능케 해
재생에너지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과 호주 등에서는 에너지와 블록체인을 결합한 에너지 플랫폼이 앞다퉈 나오고 있다. 유럽의 위파워(WePower), 호주의 파워렛저(Power Ledger), 미국의 그리드플러스(Gridplus) 등의 회사가 전력 P2P(개인간 개인) 플랫폼 서비스를 선보이고 전력거래 전용 코인도 발급했다. 동경전력, 이온(e-on) 등이 참여하고 있는 에너지웹파운데이션(EWF)은 에너지 거래를 위한 오픈소스 플랫폼을 선보였다.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이런 흐름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태양광, 풍력 발전의 비중은 약 3%에 불과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가 전체 전력 운용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은 미미하다. 하지만 5% 정도만 되더라도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높은 특정 지역에서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재생에너지를 확산하면서도 안정적인 전력망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생산된 에너지가 지역에서 소비되는 지역 에너지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블록체인 기술은 지역 내 프로슈머들이 신뢰 기반 위에 효과적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전기가 이러한 새로운 에너지 서비스를 통해 공유된다면 에너지 전환의 큰 흐름에 결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전기사업법의 ‘발전사업자의 판매 겸업 금지 조항’ 등으로 인해 에너지 프로슈머뿐만 아니라 소규모 전력중개업 등 새로운 에너지 서비스의 등장이 가로막혀 있다. 재생에너지의 확산은 발전원을 늘리는 하드웨어적인 접근에 더하여 발전량을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탑-다운’식 구조를 지역 기반의 ‘바텀-업’ 식으로 전환하는 것과 나란히 갈 때 훨씬 더욱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유럽에서는 이미 가족이 소유한 풍력발전기가 생산한 전기를 에너지 오픈마켓에다가 내다 파는 서비스가 나타나고 있고, 독일은 재생에너지 투자의 절반을 개인이나 조합이 책임지고 있다. 투자·일자리·수익이 한 지역 내에서 순환되는 구조를 갖추게 된 셈이다.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우리의 전력 시스템이 새롭게 다가오는 분산 에너지의 시대에도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 블록체인을 비롯한 새로운 기술을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 우태희 (現) 한국블록체인협회 산업발전위원장
2016~2017년 (前)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2015~2016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
2013~2015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 실장
2007~2009년 주미한국대사관 참사관
2002년 주뉴욕대한민국총영사관 상무관
1984년 제27회 행정고시 합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