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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시장 ‘큰손’ 범현대가 목표는 ‘체질개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12.16 20:00

"미래 향한 베팅" 정의선·정기선·정지선 등 기업 인수 종횡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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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범현대가 기업들이 국내외 인수합병(M&A) 시장 ‘큰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세계 최고 기술력의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조선 업계 선두 기업인 대우조선해양 등을 ‘현대’ 깃발 아래로 끌어들이며 눈길을 끌고 있다. 범현대가 그룹사들이 대부분 3세 경영체제의 틀을 완성시킨 만큼 총수 일가의 진두지휘 아래 체질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 韓 산업계 주축 범현대가, M&A 시장서 ‘존재감’

16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 범현대가 기업들은 국내외 M&A 시장에서 막강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11일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다고 발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3세 경영인인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발표된 첫 대형 딜이다. 베팅한 금액은 11억달러(약 1조 2000억원)로 정의선 회장은 사재까지 털어 개인적으로 이 회사 지분 20%를 보유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인수 합의는 글로벌 로봇 시장이 기술 혁신과 자동화 수요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 데 따른 것이다. 향후 회사의 로봇 개발 역량 향상은 물론 자율주행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및 스마트 팩토리 기술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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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체제’에 접어든 이후 미래 신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20억달러(약 2조 1000억원)를 투자해 미국의 앱티브(APTIV)와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했다. 앞선 자율주행 기술력을 보유한 오로라와 손을 잡기 위해 정의선 회장이 지구촌 곳곳을 누린 사례는 이미 유명하다.

정기선 부사장이 경영 보폭을 넓혀가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도 산업계 ‘빅딜’의 중심에 서 있다. 대우조선해양을 품기로 결정해 글로벌 최대 조선 그룹사 출범을 준비하는 동시에 최근에는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정기선 부사장은 권오갑 회장과 합심해 사업 개편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마무리될 경우 현대중공업그룹은 국내 건설기계 시장의 과반 이상을 점유하게 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점유율이 5%대로 상승해 ‘TOP 5’ 자리를 노릴 수 있는 수준이 된다. 조선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을 자회사로 둬 세계 최대 규모로 몸집을 불리게 된다. 국내 주유소 소매시장 점유율 향상을 위해 SK네트웍스가 매물로 내놓은 주유소도 일부 사들였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앞서 아람코에 현대오일뱅크 지분 일부를 매각해 1조 4000억원대 실탄을 마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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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

 

정지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백화점그룹의 행보도 돋보인다. 현대그린푸드는 국내 복지몰 1위 업체인 이지웰 지분 28.26%를 1250억원에 인수한다고 전날 밝혔다. 이지웰은 기업과 공공 기관을 대상으로 복지몰을 위탁 운영하는 업체다. 1700여개 고객사를 지녔는데, 올해 상반기 기준 시장 점유율은 50% 이상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올해 들어 기능성 화장품 전문기업 ‘클린젠 코스메슈티칼’의 지분 51%를 인수했고, SKC가 보유한 SK바이오랜드의 지분 27.9%도 1205억원에 사들였다. SK바이오랜드는 국내 천연 화장품 원료 시장 1위 기업이다. 정지선 회장은 또 CJ가 매각하는 CJ올리브영 지분 매입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 KCC·HDC 등 범현대가도 ‘빅딜’ 후보군···공통 키워드는 ‘체질개선’

이밖에 범현대가 기업인 KCC, HDC 등도 굵직한 M&A 딜에서 인수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KCC그룹의 경우 정몽진 회장의 KCC, 정몽익 회장의 KCC글라스, 정몽열 회장의 KCC건설로 형제간 계열분리 작업을 마무리 지은 상태다. 특히 장남인 정몽진 회장의 경우 ‘실리콘’ 첨단소재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 만큼 향후 다양한 기업들을 사들일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정몽규 회장의 HDC그룹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나서 시장을 놀라게 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딜이 무산되긴 했지만 그룹 차원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적극적으로 물색하고 있는 만큼 향후 펼쳐질 ‘빅딜’의 유력 후보로 꼽힌다.

범현대가 기업들이 글로벌 M&A 시장에서 이처럼 존재감을 발휘하는 것은 ‘체질개선’에 대한 열망이 크기 때문이다. 자동차, 조선, 유통 등 수십년간 이어온 산업을 주력으로 삼다보니 신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공통 과제를 안고 있다. M&A는 새로운 사업 영역에 진출하거나 성장성 있는 분야에서 점유율을 높이려고 할 때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다.

범현대가 그룹사들의 ‘3세 경영’ 체제 전환에 속도가 나고 있다는 점도 최근 빅딜이 자주 들려오는 것과 그 궤를 같이한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3세인 정의선 회장이 올해 그룹 수장 자리에 오르며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향후 현대차그룹이 전통적인 자동차에서 50%, 도심형항공모빌리티(UAM) 분야에서 30%, 로보틱스에서 20%의 매출을 올리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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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의 극초대형컨테이너선


현대중공업그룹은 권오갑 회장 전문경영인 체제 아래 있지만 정기선 부사장이 점차 보폭을 넓히며 오너 경영을 펼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중후장대 관련 포트폴리오에서 큰 그림을 그리며 사세를 키우는 것도 ‘정기선 체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정지선 회장 체제에서 13년을 지내며 꾸준히 내실을 닦아왔다. 정지선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현대백화점그룹은 그간 패션기업 한섬, 가구회사 리바트, SK네트웍스 패션사업부, 건자재 기업 한화L&C 등을 품에 안았다. 최근 복지몰 이지웰 인수 등 딜은 미래 성장성이 큰 온라인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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