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이원희 기자]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에 이어 제5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이하 신기본) 수립도 졸속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은 29일 제5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 최종 확정에 앞서 28일 관련 공청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산업부는 5차 신기본의 세부 내용을 뺀 정부 초안을 내놓고 공청회를 열어 부실 또는 형식적 의견수렴 논란에 휩싸였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날 "오늘 발표한 정부안은 초안으로 공청회에서 간략하게 발표하는 것이고 자세한 내용은 내일 10시부터 12시까지 하는 정책심의회가 끝나고 구체적인 자료를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정부 초안의 내용은 지난 상반기 공개된 에너지경제연구원 주관 연구용역 및 민간전문가 중심 기본계획 권고안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처럼 특별히 달라질 것 없는 안을 6개월 넘게 질질 끌다가 올해를 단 사흘 앞두고 벼락치기 공청회를 한 것을 놓고 전문가들은 "이럴 거면 뭐하러 공청회 하느냐"고 지적했다.
5차 신기본 수립도 9차 전기본과 마찬가지로 계획기간이 올해부터 오는 2034년까지로 이미 1년나 늦어졌다.
산업부가 발표한 5차 신기본 정부 초안을 보면 2050년 탄소중립 선언에도 2034년 신재생에너지 공급 확대 목표엔 특별한 변화가 없다.
2034년까지 최종에너지 비중 13.7%를 목표로 하되 그 중 12.4%를 재생에너지로, 1.3%는 신에너지로 확충하기로 했다. 신재생에너지 목표 발전비중도 2034년 25.8%(84.4GW)로, 지난해 5.6%(19.7GW)보다 14년 새 무려 5배 가까이로 높게 설정했다. 그 중 재생에너지는 22.2%(80.8GW), 신에너지는 3.6%(3.6GW)로 잡아 지난해보다 각각 17.2%포인트(61.9GW), 3%포인트(2.8GW) 늘렸다. 온실가스는 2034년까지 6900만톤CO₂를 감축할 계획이다.
정부 초안에선 기존 부족했던 계통·수요·수소분야를 대폭 보완하겠다고 했으나 여전히 구체적인 계획을 담지 않았다.
그린수소를 의무화로 발전·수송·산업 활용을 촉진하고, 잉여에너지 변환과 의무화제도 통합 및 공급-수요자원 통합관리 등 시장제도간 연계도 강화하겠다고 방향만 제시했다.
에너지업계에서는 기술적, 재정적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아직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목표치가 지나치게 앞서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2034년까지 10.8GW의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77.8GW의 신재생 설비를 구축하는 엄청난 비용이 얼마나 되고,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9차 전기본은 물론 5차 신기본에도 없다"며 "특히 대형 송전망 건설을 피한다고 하면서 전국의 오지에 분산된 신재생 시설에 대한 ‘계통 접속’과 ‘계통 운영’의 어려움은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변동성에 대응하고 계통의 안정성을 보강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는 여전히 빠져있다"고 덧붙였다.
노동석 미래에너지정책연구원 박사는 "국내 에너지 정책이 너무 빠르게 졸속 진행되면서 숫자만 던지고 있는 모양새"라면서 "수소를 만들기 위해 에너지를 쓰고 저장했다가 전기로 쓴다는 것인데 구체적이지 않다.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저탄소 에너지원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간의 공생가능 성 등을 포함한 에너지 정책의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지난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공청회를 연 9차 전기본은 이날 산업부 전력정책심의위원회 회의에서 최종 의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