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언은 서두르고 재원마련 등 세부계획 수립은 연기에 연기를 거듭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데 이어 대국민 방송 연설까지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12월 12일 파리기후변화협정 체결 5주년 기념 기후목표 정상회의에서 국제사회에도 재차 탄소중립 의지를 천명했다.
이후 12월 17일 한국전력은 기후환경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요금체계 개편을 단행했다.
연이어 12월 21∼23일 개별 국회의원 서면보고,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온라인 공청회, 25∼27일 연휴, 28일 오전 전력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제9차 전력수급기본 계획을 확정했다. 다음날인 29일에는 제5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이 통과됐다.
선언은 했는데 기술적, 재정적 가능성에 대한 검토는 여전히 불완전하다. 2034년까지 10.8기가와트(GW)의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80GW 가량의 신재생 설비를 구축하는 비용이 얼마나 되고,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도 불투명하다. 탄소중립의 핵심 사안인 기업과 소비자 부담 완화 방안도 다음 정부로 공을 넘겼다.
무탄소 발전원인 원전을 줄이는 동시에 전력 생산의 53%를 화석연료인 ‘석탄’과 ‘LNG(액화천연가스)’로 생산하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추가로 감축하겠다는 주장도 자가당착이다. 더욱이 LNG는 대부분 인구 밀집 지역에 집중되어 오염 해소에 사회적 비용이 필요하다.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4년까지 급격하게 확장한 LNG를 16년 동안 모두 철거해야 하지만, 그 이후에는 석탄/LNG 88.1GW를 대체할 있는 대안이 없다.
9차 전기본을 수립한 이들은 대통령이 강력하게 요구한 ‘탄소중립’ 정책이 2050년까지의 계획이라 2034년까지의 계획에는 반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1년을 미뤘음에도 정작 중요한 알맹이는 빠진 것이다. 현 정부 임기가 마지막 해에 접어들었다. 수많은 선언과 계획들의 이행을 위한 부담이 고스란히 다음 정부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새해 이 정부의 남은 임기 1년이 하루 빨리 지나기를 바라기보다는 그래도 1년 만이라도 기대를 걸 수 있는 희망의 한 해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