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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부평공장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12일 비대면으로 진행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자동차에 대해 회생을 위한 자금지원을 전제로 "흑자가 나오기 전에 일체의 쟁의 행위 중단과 단체협약을 현행 1년에서 3년으로 늘려서 계약할 것"을 주문하면서 비슷한 처지의 한국지엠도 같은 수준의 요구를 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19일 업계는 이 회장의 발언 취지는 노조가 파업이나 잔업 및 특근 거부 등 없이 오로지 생산활동에 전념하고, 다년제 교섭으로 불필요한 갈등을 없애 흑자 전환에 매진해야만 자금 지원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와관련,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이같은 발언이 비단 쌍용차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산업은행은 지난 2018년 한국지엠 경영 위기때 7억 5000만달러(약 8300억원)를 긴급 투입한 한국지엠의 2대 주주다.한국지엠은 군산공장 폐쇄로 어려움을 겪은 지난 2018년 이후 다양한 신차를 출시하고 내수와 수출에서 모두 실적 호조를 위해 노력하는 등 경영 정상화 프로세스를 착실하게 밟아오고 있다.다만 작년을 경영 정상화 원년으로 삼으려 했던 한국지엠은 코로나19 여파와 임단협 교섭 장기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코로나19와 노조 파업 등으로 지난해 한국지엠이 입은 생산 손실만 8만 5000대 이상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한국지엠 사측은 이러한 노조와의 강경 대치로 사회적 손실이 발생하고 불필요한 갈등이 조성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지난해 교섭 과정에서 업계 최초로 2년 주기 협상안을 제시한 바 있다. 자동차 업계가 협상 다년제를 제안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당시 사측의 2년 협상제 제안은 코로나19 등 엄중한 상황에서 노사가 상생하고 더 나아가 산업 생태계를 염려하는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것으로 업계는 받아들였다. 한국지엠 노조는 상위 노조 단체의 규약에 위배된다며 반대했었다.
다년 협상은 한국지엠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장에서도 검토해 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소모적 갈등을 줄이고 중장기적인 계획으로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자는 데 이의를 달 이유가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노조도 최소 2년 이상의 고용 및 근로조건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어 보다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파업 등의 횟수도 줄어들어 노동 생산성도 높아지고, 하도급 업체들도 완성차 업체에 안정적으로 부품을 조달할 수 있어 생태계가 건강해지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2년 이상의 다년제 교섭은 해외 자동차 업계에서는 생소한 얘기가 아니다. 미국 GM은 단체 교섭을 4년마다 진행한다. 4년간 연도별 임금 인상률을 정해 놓기 때문에 소모적인 갈등이 적고 회사는 중장기 계획을 세우기 쉽다.
독일과 일본 자동차 회사들도 대부분 격년 또는 3~4년 단위로 임금협상을 벌이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은 1990년대 ‘일자리 공유(work-sharing)’ 협약을 맺으며 2년간 고용을 보장하고 근로시간을 단축한 결과 인건비를 약 20%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