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
정반대로 지구상에서 수소는 많은 비용과 노력을 투입해야만 생산할 수 있는 귀중한 자원이다. 수소의 친환경성은 보장된 것이 아니다.
수소 경제에서 자주 등장하는 부생 수소는 탄화수소의 혼합물인 원유 또는 나프타를 열분해하거나 고온의 용광로에서 수증기가 열분해 되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 부생 수소는 흔히 ’그린’이 아닌 ‘그레이’로 분류된다. 열분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양의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부산물로 생산되는 수소라고 산업적으로 쓸모가 없는 폐기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부생 수소는 질소 비료 생산이나 수소화 공정에 꼭 필요한 중요한 원료물질이다. 그런 부생 수소를 자동차 연료로 사용해버리면 산업용 원료로 사용해야 하는 수소를 추가로 생산해야만 한다. 결국 부생 수소는 친환경적 연료도 아니고, 수소 경제에 활용할 수 있는 자원도 아니다.
대부분의 충전소에서 사용하는 개질 수소도 친환경적인 ‘그린’과는 거리가 상당히 먼 것이다. 개질 수소는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을 고온의 수증기와 반응시켜서 생산한다. 개질에 필요한 고온의 수증기도 온실가스를 내뿜는 천연가스 연료를 연소시켜서 만든다.
더욱이 메탄의 개질 공정 자체에서도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뜨거운 수증기와 반응하는 메탄에서 수소와 함께 생산되는 일산화탄소는 함부로 대기 중에 배출할 수 없는 맹독성의 독가스이기 때문이다. 개질 공정에서 만들어지는 일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배출시키려면 어쩔 수 없이 산소와 다시 반응시켜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로 산화시켜야만 한다.
결국 개질 수소를 생산하려면 천연가스를 연소시킬 때보다 더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해야만 한다. 흔히 1톤의 개질 수소를 생산하려면 20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고 한다. 그래서 수소 충전소에서 사용하는 개질 수소는 ‘블루’ 수소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그레이’ 수소에 더 가까운 것이다. LNG 자동차의 배기구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충전소의 굴뚝에서 모아서 배출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개질 수소를 생산하는 충전소가 친환경이라는 주장은 가짜 뉴스에 더 가까운 것이다.
물을 전기분해해서 생산하는 수전해(水電解) 수소도 진정한 의미의 ‘그린’이라고 보기 어렵다. 석탄화력이나 LNG화력의 전기를 이용해서 생산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흔히 청정 재생에너지로 알려진 태양광·풍력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문제가 간단치 않다. 극심한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LNG화력을 보조 전원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린 수소의 생산이 절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원전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사용하면 된다. 원자로의 열을 직접 이용해서 물을 열분해시키는 수분해(水分解) 기술도 있다. 다만 수전해 또는 수분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은 경제성 측면에서 갈 길이 멀다.
수소의 액화에 대한 관심도 경계해야 한다. 수소 기체를 액화시키려면 섭씨 영하 240도 이하의 온도로 냉각시키는 장비가 필요하다. 적지 않은 비용과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고, 액화 수소를 안전하게 저장·운송하는 일도 간단치 않다. 우주 개발에 사용하는 액체연료 로켓에서나 사용하는 고난이도 기술이다.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생산하겠다는 발상도 황당한 억지다. 자연 상태에는 대량의 암모니아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암모니아는 대부분 20세기 초 독일의 프리츠 하버가 개발한 질소고정법으로 합성한 것이다.
깨끗하고 안전한 수소는 우물 안에 갇힌 우리의 어설픈 착각일 수 있다. 수소 대신 전기를 선택하겠다는 독일 폭스바겐의 결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