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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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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옥죄는 보험사…‘대출채권 부실화’ 우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4.01 17:43

지난해말 주택담보대출채권 52조원
연체율 0.4%…전년·전분기비 악화
부실채권비율 상승·고정형 금리 영향

수도권 아파트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은행권에 이어 보험사들도 유주택자(1주택 이상)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제한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와 박자를 맞추고, 건전성도 방어하기 위함이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이날부터 서울 내 주택을 보유한 차주에 대해 주택 구입 매매 대출 취급을 제한한다. KB손해보험도 주택 보유자가 추가로 주택을 보유하기 위해 받는 대출 관련 심사를 강화했다. 흥국생명도 주담대 취급 한도를 축소한다.


삼성생명·교보생명·NH농협손해보험 등은 이미 다주택자 대상 주담대를 막고 있으며, 1주택자가 추가 구입을 위한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한다는 조건을 거는 곳도 있다. 한화생명은 다주택자 대상 주담대 금리에 0.5~0.7%포인트(p)에 달하는 가산금리를 더했다.


이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으로 발생할 대출 수요가 보험사로 몰려드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하려는 보험사와 은행 보다 금리·만기 등의 진입장벽이 낮은 곳을 찾는 차주들이 '악어와 악어새' 같은 관계에 있었으나, 그 과정에서 위험성도 높아진 탓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말 보험사들의 가계대출채권 총액은 135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00억원 증가했다. 이 중 주택담보 관련 채권은 51조9000억원으로 5000억원 늘어났다. 전분기말과 비교하면 각각 1조3000억원·3000억원 확대됐다.




보험사들이 주담대 등 가계대출을 늘린 것은 대출을 자산으로 보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과도 연관이 있다. 대출을 늘릴수록 자산은 늘어나고 부채는 줄어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부채를 줄이면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 향상에도 도움된다.


문제는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떨어지면서 이같은 '회계상 선순환'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지난해말 보험사의 주담대채권 연체율은 0.4%로 전분기말 대비 0.03%p, 전년 동기 대비 0.07%p 높아졌다.


보험업계

▲보험사들이 토허제 후폭풍 방지 등을 위해 주담대 제한에 나서고 있다.

보험사의 부실채권비율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해말 전체 부실채권비율은 0.64%로 같은 기간 각각 0.07%p, 0.10%p 개선됐다. 그러나 이는 기업대출의 건전성이 개선된 영향으로, 주담대의 부실채권비율은 0.28%로 전년 동기 대비 0.04% 악화됐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말 삼성·교보·한화생명과 신한라이프의 가계대출채권 연체액은 주담대를 포함해 총 2467억원 규모로, 2021년말 보다 164.3% 불어났다. 상승폭이 200%를 넘긴 곳도 있었다.


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KB손보·현대해상의 경우 총 1574억원 수준으로, 같은 기간 363.6% 급증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메리츠화재의 연체액이 600억원대로 잡히는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여파로 생보사 보다 가파른 그래프가 그려졌다. 지난해말과 비교해도 34.5%(생보사 4곳), 114.8%(손보사 5곳) 커졌다.


연체가 많아지면서 부실채권도 쌓이게 된 셈이다. 4~5년전 주담대를 받은 차주들이 높아진 이자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0년초 2.5% 안팎이었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해말 4.25%로 상승했다.


금융당국은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손실 흡수 능력을 높이고 부실 자산의 정상화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실효성 있는 방안 마련이 안 된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금감원은 지난해 1·2·3분기말 기준 보험사의 대출채권 연체율에 대해서도 동일한 워딩을 반복했다.


업계 관계자는 “업권을 막론하고 경기 침체 장기화 등에 따른 연체율 상승이 고민거리로 자리잡는 모양새"라며 “킥스의 금리 민감도가 증가한 상황에서 부동산 담보가치가 하락하면 받게 되는 충격파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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