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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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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칼럼] 기후정상회의, 밀린 숙제 풀어낼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4.25 10:31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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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올해 지구의 날(4월22일)에는 국제사회가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화상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미국의 주도로 전 세계 40여명의 정상들이 초대되어, 날로 심각해 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주요 국가별 노력과 국제 사회의 공조를 다짐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 등 미국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국가들까지 참석해, 기후 위기 앞에서는 모두가 하나 되어 긴박한 대응이 필요함을 천명했다.

먼저 주최국인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선도적 역할을 다짐했다. 미국의 2030년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대비 50∼52%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지구촌 리더로서 미국의 귀환을 알렸다. 이는 2015년 오바마 행정부가 약속한 2025년까지 26~28% 감축에 비해 획기적인 수치다. 2005년부터 지난 15년 동안 12%를 감축했는데 앞으로 10년 내에 추가로 40%가까이 감축해야 한다.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자리 창출과 국제사회 기후리더십 재건이라는 의지도 확실히 엿보인다. 상세계획은 올해중 발표될 ‘국가기후전략’에 담길 예정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는 미국이 돌아온 것에 대해 환영 입장을 밝혔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미국의 목표를 게임 체인저로 지지했다.

다른 국가들도 과거 보다 상향된 감축 목표를 발표하며 공조 의지를 피력했다. 일찌감치 기후리더를 자청했던 유럽연합(EU)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2030년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기후정상회의 하루 전 새로운 목표를 ‘기후법’에 반영하는데 합의했다는 것이다. 실행에 한발짝 더 다가간 선언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2030년 감축 목표를 2013년 대비 46%로 2/3 이상 높여 선언했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2005년 대비 40~45% 감축을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앞으로 새롭게 추진될 해외 석탄발전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 중단 방침을 언급하며, 2030년 감축 목표를 추가 상향해 연내 유엔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지난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 대비 24.4% 감축한다는 목표를 유엔에 제출한 상태다.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1/4을 차지하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9월 선언한 2060년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장기 목표를 재천명하면서, 2025년부터 석탄 소비를 감축(phase down)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 리더가 석탄소비 감축을 약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개발도상국 정상들은 기후 위기 대응에 동감하면서도 공정한 정환을 위한 선진국의 원조 필요성을 역설했다. 나렌드 라모디 인도 총리는 선진국이 저소득국에게 약속한 석탄발전 대안마련 자금(수십억달러)의 집행을 요구했고, 세계의 허파 속에 위치한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2030년까지 아마존 열대우림에 대한 불법 벌채를 종식하겠다며 공정한 대가를 요구했다.

국제사회 리더십, 기술경쟁력, 경제성장연계, 기후위기완화, 국제원조수혜 등 나라마다 속내는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기후위기가 매우 심각하고 이는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특히, 금번 기후정상회의에는 미국, 중국, EU, 일본 등 전세계 75%가 탄소중립을 선언한 상태라는 점이 과거와 다르다.

하지만 문제는 실행의 담보다. 국제 사회는 밀린 숙제를 하기 위해 이제 겨우 시간표만 발표한 것과 같다. 지구의 시한을 고려할 때 미국이 4년 전 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하는 대신 기후정상회의를 소집했어야 했다.

허비된 시간을 벼락치기로 만회하듯이 올해는 기후를 주요 의제로 다루는 정상회의가 줄줄이 예정되어 있다. 5월 P4G(녹색성장)정상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되고, G7 및 G20를 거쳐 유엔 당사국총회가 영국에서 열릴 예정이다.올해 내로 각 국가별 감축목표 및 국제협력 방안이 구체화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한이 있는 공동의 목표가 있다면,10년 걸리는 백신을 1년내 만들어 낼 만큼 벼락치기가 유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념해야 할 것은,이 벼락치기의 결과를 우리의 아이들이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벼락치기라도 실행을 담보할 내재화가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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