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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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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산불 만든 건 기후위기 아닌 산림청”…숲 복원 해법은 ‘자연 천이’로 가야 목소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4.12 13:00

“임도·헬기·벌목 모두 실패” 전문가들, 대응 체계 근본적 재검토 요구
복구 정책도 도마 위…“조림보다 자연 천이로 숲 되살려야”

'주불 진화' 경북산불, 밤 사이 재발화

▲지난달 29일 경북 안동시 남후면 고하리 부근에서 산불이 재발화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대형 산불의 원인을 단순히 기후 변화나 임도 부족으로 돌리는 산림청의 기존 설명에 대해 강한 비판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산림청이 만들어낸 숲 구조와 잘못된 진화 체계가 괴물 산불을 키웠다고 지적하며 복구 역시 현재처럼 소나무를 심는 방식이 아니라 자연 스스로 회복하도록 두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1일 서울 중구 광일빌딩에서 열린 산불피해 회복과 산림관리 전환을 위한 시민모임 주최로 열린 집담회는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 대표를 비롯한 산불·산림 전문가들이 발제를 통해 산불 대응 체계와 복구 정책의 문제점을 짚었다.


최 대표는 "괴물 산불이 된 이유는 기후 위기가 아니라 산림청이 우리 숲을 괴물로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발제를 시작했다. 그는 산불 피해를 임도 부족 탓으로 돌리는 산림청 주장에 반박하면서, "임도가 많았지만 임도를 통해 산불을 진화한 곳이 없었고, 오히려 임도를 따라 산불이 확산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헬기 진화의 한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헬기가 수차례 물을 퍼부었지만 불길은 꺼지지 않았고, 오히려 하강풍에 의해 불씨가 더 넓게 확산됐다"며 “지상 진화대와의 공조 없는 헬기 진화는 무의미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산림청의 숲가꾸기 정책이 되레 산불 위험을 키운다고 꼬집었다. “활엽수를 제거하고 침엽수 위주의 숲으로 조성한 결과 산불이 수관화로 확산됐다"며, “벌목 후 조림과 사방댐 건설로 산불을 먹고사는 산업 생태계가 형성됐다"고 비판했다. 최 대표는 “자연에 맡기는 '천연 갱신'이 가장 안전한 숲을 만드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황정섭 산불정책기술연구소 소장은 산불 진화 주체의 문제를 짚으며 "산불 대응을 산림청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산불이 나면 헬기를 사야 한다, 인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산림청의 논리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현장에 맞는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황 소장은 산림청의 산불 통계 은폐·왜곡 문제도 지적했다. “산림청은 산불 발생 지역과 피해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며, “국민 세금으로 마련된 예산이 국민 안전이 아닌 산림청 조직 확대에 사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석환 부산대학교 교수는 "정부는 매번 산불이 날 때마다 재난 초동 기관 예산을 대폭 늘려줬지만, 재난은 갈수록 더 커졌다“며 "울진 산불 당시 피해액은 약 2261억원이었지만 정부는 복구와 예방에 1조 5000억원을 썼다. 그런데도 더 큰 재난이 발생한 건 구조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산림청은 인도가 없어서 불을 못 껐다고 주장하지만, 울진 산불 피해지엔 도로가 충분했다"며 “산불이 이렇게 커졌는데도 산림청은 국민에게 사과도 하지 않고 예산 확보에만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이규송 강릉원주대 교수는 “조림과 숲가꾸기 정책이 생태적 전환 없이 이뤄지면서 산불 위험을 키웠다"며 "우리나라는 키 작은 내화수종을 제거하고 소나무 같은 침엽수를 심으면서 숲을 불에 취약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연적 천이 과정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산림 관리가 바뀌어야 한다. 자연적으로 자라는 활엽수가 산불에 강한 숲을 만든다“며 "억지로 심는 조림보다 자연이 스스로 회복하도록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이사는 “불탄 숲의 자연 회복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나무 위주의 조림은 또 다른 산불을 부를 뿐이다. 리와일딩(Rewilding), 즉 자연에 숲을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산불 이후 복구 과정에서 인간의 지나친 개입이 오히려 숲을 망가뜨린다. 활엽수림 복원을 통해 숲이 스스로 재생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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