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19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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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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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신재생 기본계획과 제주도의 도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4.29 09:53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김소희 사무총장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지난해 12월말에 제5차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이용 보급 기본계획이 확정되었다. 기존 1~4차 대비 5차 계획의 큰 특징은 양적 확대 및 공급 의무화 측면에 중점을 두면서 발생한 문제들을 계통 수용성 증대를 위한 시스템 구축, 수요 자발적 확산(RE100, 자가용 촉진 등)으로 보완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도전과제와 대응 방향을 선제적으로 제시하며 보급-시장-수요-산업-인프라 5대 혁신을 추진 전략으로 제시했다.

보급 부문의 혁신으로 지역·지자체 주도의 재생에너지 확산체계를 구축하고, 주민 참여를 활성화하며, 건물·산단·유휴 국유지 등 입지의 다변화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은 눈여겨볼 만하다. 탄소 중립 달성은 정부의 역할 뿐만 아니라, 지자체·기업·시민사회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나아가 전 국민의 동참이 필수다.

현재 준비된 지자체들의 탄소중립 선언을 시작으로, 머지않아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가 탄소중립 선언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곧 각각의 지자체가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재생에너지를 어디에 어떻게 보급할 지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인허가 통합기구 도입, 맞춤형 융자제도, 자가 생산량 인센티브, ICT 기반 안전관리 지원 등 보급 확산을 위한 체계가 같이 마련된 것도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지난달 산업부가 제주도에서 발표한 ‘지역 주도의 분산에너지 활성화 대책’을 살펴보면 몇가지 의아한 점이 보인다. 대책에는 지역 주도의 에너지 시스템 실현, 분산형 에너지 인프라 구축,제주지역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최소화 방안이 포함됐다. 이중 제주지역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최소화 방안은 초고압직류송전(HVDC)의 역송 성능을 확보해 제주도 내 잉여전력을 육지로 전송하는 계획이다. 요지는 제주도내 잉여 재생에너지에 대한 제어 횟수와 양이 매년 증가해 왔기에 제주도에서 육지로 전력을 역송하게 되면 2021년 제주도 내 재생에너지 수용능력이 최대 342MW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얘기다.

대책대로 맞춤형 마이크로 그리드로 에너지 시스템을 실현하고 계통안정화를 위해 ESS 23MWh를 올해 구축하면, 제주도는 지역 내 에너지 소비를 재생에너지로 다 충당해서 조만간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기에 육지로 역송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하면 되는 것일까.

제주도는 국가의 탄소중립 선언 이전에 ‘2030탄소제로섬’을 선언한 최초의 지자체이다. 그리고 꽤 많은 투자를 해왔으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사실을 봤을 때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은 아직 요원해보인다. 2020년 전국의 전기차는 총 8만 9918대이고 제주도는 1만 8178대로 17개 광역지자체중 1위이나 제주도내 실제 운행 차량이 약 38만대이니 전기차는 아직 5% 미만을 차지하고 있다. 감귤 하우스 농장을 비롯해 타 지역 보다 총 경지면적 대비 온실 등 시설재배 비중이 높은데 이러한 시설들에서 여전히 화석연료 사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농가는 면세유 사용으로 온실가스 감축의 유인조차 낮다.

분산에너지로서 재생에너지는 자가소비가 첫 번째고 지역내 소비가 그 다음이다. 대규모 송전망을 설치하여 먼 지역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은 근본적인 목적에 맞지 않기 때문에 지양해야한다. 제주도의 잉여 재생에너지는 지역 내 수송·건물·농업 등에 우선 기여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도 혹 잉여 재생에너지가 발생한다 할지라도 역송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아울러 역송 대상인 전남도 역시 해상풍력을 통한 재생에너지 보급을 준비 중이니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적절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이러한 곳에 세금이 쓰이는 것을 좋아할 리 없고, 탄소중립에 대한 정의도 흔들릴 것이다.

지자체의 탄소중립 달성에 제주도는 앞서 준비가 되어 있고, 이를 구현시킬 제도도 마련되어 있다. 제주도에서 탄소중립을 구현한다면 이를 모델로 다른 지자체로의 확산도 가능할 것이다. 5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혁신으로 제시된 넷제로 커뮤니티 프로젝트 확산을 제주도를 성공 모델로 삼아 추진해 보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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