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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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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에 위기 몰린 韓정유사 COTC로 위기탈출 노린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5.06 17:04

COTC, 투입량 대비 납사 최대 40% 생산 가능
정유업계, 활로로 석유화학 사업 집중
현대오일뱅크, 美 하니웰 UOP '하이브리드 COTC' 업무협약 체결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에 TC2C 기술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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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 울산공장

[에너지경제신문 김아름 기자] 세계 주요국의 잇단 탄소중립 선언에 국내외 정유사들이 위기에 직면했다. ‘엎친 데 덮친 격’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며 악재를 안고 있는 상황. 이에 국내 정유사들은 생존을 위한 대안책으로 COTC(Crude Oil To Chemical)에 주목하고 있다. COTC는 원유에서 석유화학 원료물질을 바로 만드는 것으로, 투입량 대비 최대 40%까지 납사(나프타) 생산이 가능해 고·저유가 어느 상황에도 가격 경쟁력이 있다.

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정유사들이 COTC 도입에 나섰다. 세계적으로 에너지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화석연료 중심이던 운송체계가 전기, 수소 등 대체에너지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 여기에 이 제품들의 수요 증가 역시 COTC 기술 도입에 영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말 미국 석유화학 기업 하니웰 UOP와 ‘친환경 에너지 플랫폼 전환을 위한 기술협력’ 업무 협약을 맺었다. 하니웰 UOP는 에너지·석유화학 분야에서 세계 최다 특허를 보유한 기업이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이번 협약으로 하이브리드 COTC 기술을 비롯해 바이오 항공유, 신재생 에너지,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 등 여러 분야에서 기술협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하이브리드 COTC는 석유제품 대신 석유화학제품 원료가 많이 생산될 수 있도록 기존 정유공장을 개조하는 것을 뜻한다.

현대오일뱅크가 하니웰 UOP의 하이브리드 COTC 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배경엔 중질유 석유화학시설(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다. HPC는 태양광 패널과 전기차 분리막 소재 등 다양한 친환경 화학제품 생산할 수 있는 곳으로 올해 말 상업 가동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이후 기존 정유공장에서 석유제품 대신 납사 등 화학제품 원료를 최대한 생산, HPC에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에쓰오일 역시 활로 모색 방안으로 현재 추진하고 있는 제2단계 석유화학 프로젝트, 샤힌 프로젝트에 ‘TC2C’ 기술 도입을 위한 설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는 울산 공장에 스팀크래커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설비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납사 등을 이용, 연 150만톤 규모의 에틸렌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규모만 7조원. 이를 위해 COTC 기술의 하나인 ‘TC2C(원유에서 석유화학 원료물질을 더 많이 생산해내는 기술)’를 들인 것.

정유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유전에서 뽑아낸 원유를 정제하면 휘발유와 경유, 중유, 항공유 등과 함께 납사라는 물질도 함께 나오는데 납사는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 제품들의 원료가 되는 물질로 사용된다. 기존 단독 정유설비의 납사 생산 비중은 평균 8%에 불과한데 비해 COTC 기술이 적용되면 40% 이상으로 올라간다. 그만큼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있는 셈이다.

여기에 수송연료 감소 가능성 또한 석유화학 개발에 뛰어든 배경으로 꼽힌다. 정유 쓰임과 관련해 수송연료에 사용되는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런데 이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 국내외 업계는 앞으로 수송연료가 하락세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세계 휘발유 수요는 2024년, 경유 수요는 2024년 또는 2025년에 정점을 찍은 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에 정유사들이 석유화학으로 눈을 돌렸다. 실제로 최근 재생 플라스틱 등 친환경을 겨냥한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는 추세인데 대표적으로 가전 제품과 전기차 배터리 등에 화학 연료를 사용한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정유사들이 하나둘 석유화학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관련 제품 수요가 증가하는 것과 함께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 분위기가 조성됨에 따라 대안으로 석유화학에 눈을 돌린 것이다. 이 가운데 하나가 COTC 도입인데 화학사업 비중을 높이기 위한 선제적 움직임"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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