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전기차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 내 ‘대세’로 떠올랐지만 경제성과 친환경성에 대한 평가는 다소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차량을 만들어서 폐기하는 전체 주기를 놓고 보면 관련 측면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10일 ‘산업동향 특별호’를 내고 올해 주목할 글로벌 자동차 산업 5대 트렌드를 선정했다.
구체적으로 △시험대에 오르는 전기차 산업 △글로벌 자동차 산업 가치사슬 변화 △중국차 세계시장 약진 △차별화에 고심하는 완성차 기업 △자동차 산업의 디지털 전환 등이다.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친환경차(xEV) 판매량은 1000만대를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중 배터리 전기차(BEV)가 약 430만대로 전년 대비 93.7%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기차 판매가 급증했지만 당분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과 자동차·배터리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 확보는 예상보다 지연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차량용 반도체 누적 주문량이 이미 올해 생산능력을 초과하는 등 수급난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전기차 원가 상승 압력도 커졌다. 최근 들어 배터리 원자재인 니켈·코발트 등의 가격은 무서운 속도로 오르고 있다.
이는 각국의 구매보조금 정책에 따라 전기차 판매량 급증세가 꺾일 우려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연구원은 특히 전기차가 과연 친환경차인지에 대한 의문이 본격적으로 제기될 시점이 됐다고 지적했다.
주요국에서는 수송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 평가를 제품의 전 주기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게 연구원 측 설명이다.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은 탄소중립 관련 제도화에 앞서 자동차의 생산-활용-폐기·재활용 등에서의 종합적인 환경 영향을 평가하는 전주기평가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만일 전기차의 친환경성 우위가 뚜렷하지 않을 경우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 주력화 시점을 늦추고 단기적으로 하이브리드차 등으로 수익성을 높이려 할 수 있다고 연구원은 진단했다.
연구원은 이밖에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과 중국의 자동차 산업 신규 투자 유치 정책이 글로벌 자동차 가치사슬의 변화를 추동할 것으로 봤다.
실제 미국은 미국 내 노조가 결성된 완성차 기업에서 생산한 친환경차에 한해 추가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중국은 외국의 완성차 기업이 지분 100%로 승용차 제조업을 할 수 있도록 지분 제한을 폐지한다.
이러한 정책을 통해 미국은 미국 중심의, 중국은 중국 중심의 자동차 시장 가치사슬을 형성하려 한다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수출 제한으로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리튬이차전지 음극재 재료인 흑연과 희토류 공급 부족 현상도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완성차 수출량은 작년 1~11월 역대 최대인 179만대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또 중국 전기차 브랜드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기반의 합리적인 가격과 뛰어난 성능 등 높은 상품성을 바탕으로 서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신흥 시장에서도 초소형 전기차 등 저가 전기차의 수출 확대가 예상된다. 연구원은 올해 글로벌 전체 판매량에서 중국 브랜드 비중은 낮은 수준에 머물겠지만, 브랜드 이미지는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주요 완성차 기업들의 고민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파워트레인·섀시 등 자동차 핵심 요소에 대한 독자적인 설계·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제품을 차별화했지만, 파워트레인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발전 등으로 차별성이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핵심 기술이 엔진 등의 설계가 아닌 전장 부품으로 이동하면서 자동차 제조원가에서 전장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0년 약 50%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연구원은 전기차가 보편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테슬라 등 선도 기업의 구동 성능, 배터리 용량, 충전 속도를 표준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원은 자동차 ‘디지털 시대’의 도래도 예고했다. 테슬라를 시작으로 온라인 신차 판매가 확대되고, 주요 부품에 센서를 부착해 고장 징후와 잔여 수명 등을 진단하는 기술이 온라인을 기반으로 구축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영국 등에서 ‘클릭 투 바이’ 온라인 판매를 운영 중이다. 한국에서는 캐스퍼를 온라인 판매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한국GM, 르노삼성차도 온라인 판매 차종을 확대하며 온라인 판매 채널을 다양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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