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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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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탈원전 5년 역설…원전사업 한수원이 한전 먹여 살렸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3.20 09:55

- 한전, 지난해 5조2292억원 당기 순손실, 자회사 한수원은 3000억원대 순이익



- 5개 화력발전사들은 연료비가 급등에 수백억 순손실



- 국제 에너지 시장 불안정성 커지는 가운데 안정적 연료공급 가능한 원전 강점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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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5년이 아이러니한 결과를 낳았다. 국내 원전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이 모회사로서 전력 소매를 독점하는 한국전력공사 전체를 사실상 먹여 살리는 구조로 마무리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이 자회사 실적을 포함한 연결기준 지난해 5조2292억원의 당기 순손실(잠정 기준)을 기록한 가운데 산하 발전공기업인 한수원은 지난해 3000억원대 순이익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5개 화력발전사는 200억원 대 순손실을 기록했다. 한전이 전력판매에서 손실을 본 것과 석탄화력 발전 5사가 탈석탄으로 까먹는 수익을 한수원의 원전 가동 수익으로 대체하는 형국이다.

한수원의 원전 발전 없이는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고사하고 이를 비롯한 각종 공적 사업을 수행하는 한전 및 발전 공기업 전체의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석유·액화천연가스(LNG) 등 주요 연료비가 일제히 급등하면서 값싼 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원자력 발전의 강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에너지 공약인 ‘탈원전 백지화’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날 한전 연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해 6개 발전공기업 중 가장 많은 3022억원(매출액 9조324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타 발전 자회사 중에선 한국중부발전 548억원(5조2633억원), 한국동서발전 108억원(4조7430억원), 한국남동발전 -580억원(5조1888억원), 한국남부발전 -1133억원(5조6719억원), 한국서부발전 -1715억원(4조9708억원) 순의 성적표를 내놨다.

원전 사업을 하는 한수원과 석탄화력 및 LNG복합 발전 비중이 높은 다른 발전공기업 간 성적표가 극명하게 갈렸다. 이같은 수익 차이는 탈원전에 따라 한전의 LNG발전 구입량이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LNG가격 급등으로 자회사 연료비와 민간발전사 전력구입비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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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전력거래소] *2022년은 3월까지 평균


지난해 한전의 연료비와 전력구입비는 각각 전년 대비 4조 6136억원, 5조 9069억원 늘었고, 이에 따라 한전의 영업수지가 5조 8601억원 적자로 전년 4조 863억원 이익에서 곤두박질쳤다. 또한 기저발전 축소와 LNG가격 상승으로 계통한계가격(SMP)이 지난해 1월 kWh당 평균 70.7원에서 올해 2월 평균 196.9원으로 폭등했다.

문재인 정부는 원전과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친환경에너지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를 위해 신규 원전 6기 건설을 백지화하고, 노후 10기의 설계수명 연장을 중단하며, 월성1호기를 조기 폐쇄하는 등의 정책을 취했다. 또 2030년 기준으로 가동 후 30년이 도래하는 석탄발전 설비 24기를 폐지하고, 나머지 석탄발전 설비의 연간 발전량 상한을 제약하기로 했다. 아울러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해 2034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2.2%로 높이기로 했다.

준(準)국산 연료인 우라늄을 사용하는 원전을 퇴출시킴으로써 최근과 같이 세계적으로 원유·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 가격이 폭등하고 국가간 물량 쟁탈전이 가열되는 상황에서 에너지안보의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해외의존률은 원자력을 포함할 경우 85%, 제외할 경우에는 96%다. 원자력이 에너지 해외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수원을 제외한 5개 발전공기업이 연료로 사용하는 석탄·석유·LNG는 최근 1년 새 가격이 급등했다. 비용이 증가했지만 전기요금은 그대로이다 보니 수익성이 떨어진 것이다. 이와 달리 원전에 쓰이는 우라늄은 안정적인 가격 흐름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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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전력거래소]


한전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1월 원전의 전력구입단가는 1킬로와트시(kwh)당 61.6원이다. 이는 작년 1월(72.8원) 대비 15.4% 하락한 금액이다. 반면 1월 유연탄(석탄)은 135.6원, 유류(석유)는 215.6원, LNG복합은 206.7원을 나타냈다. 1년 전보다 각각 48.6%, 22.6%, 93.7% 오른 것이다.

이와 맞물려 신재생 발전의 전력구입단가도 치솟았다. 대체에너지(태양광·풍력) 전력구입단가는 1kwh당 299.8원으로 1년 전 대비 106.8% 폭등했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의 일환으로 신재생 발전을 적극 확대했지만, 대외 요인에 따른 연료비 상승에 결국 비용 부담만 지게 된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 결국 문재인 대통령도 2월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회의’에 참석해 "원전이 지속 운영되는 향후 60여 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 기저전원으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며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가 이른 시간 내 정상 가동할 수 있도록 점검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은 ‘탈원전 폐기·원전 최강국 건설’을 천명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 15일 울진 산불 피해 현장을 방문해 "가급적 빨리 신한울 3·4호기 공사를 재개해 많이 일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신한울 3·4호기는 2017년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 정책에 따라 건설이 중단됐다. 가동 예정인 신규 원전은 총 4기(신한울 1·2호기, 신고리 5·6호기)다. 그중 시운전 중인 신한울 1호기는 가장 먼저 올 하반기 가동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 내내 70%대였던 원자력발전 이용률은 올해 80%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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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수력원자력]


온기운 숭실대학교 교수는 " 탈원전 정책을 조기 폐기해 재생에너지와 원전, 화석연료 비중의 최적화를 도모해야 한다. 에너지안보와 경제성, 온실가스 감축 등의 측면에서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을 조속히 재개하고, 2030년까지 설계수명(30~40년)이 도래하는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며, 건설계획이 백지화된 천지 1·2호기와 신규 1·2호기의 건설도 다시 추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목표는 탈원전 정책 폐기에 맞춰 하향 조정해야 한다"며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를 70.8%로 설정했지만 이는 사실상 달성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석탄과 LNG발전은 원전과 재생에너지 비중 변화에 맞춰 그 비중을 조절해 갈 필요가 있다"며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감축 차원에서 석탄발전은 축소를 지속하되 현재 건설중이거나 가동 된지 얼마 안된 설비는 설계수명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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