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모듈원전(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 두산에너빌리티 |
[에너지경제신문 김아름 기자] 윤석열 정부가 전(前) 정부에서 고수하던 ‘탈원전’ 정책을 백지화하기로 하면서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SMR은 대형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 증기 발생기 같은 주요 기자재를 하나의 모듈로 일체화한 300㎿ 이하의 소형 원자로로 기존 원전보다 사고 확률을 줄이고 유사시에 대응하기 좋다는 평가를 받으며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산업계도 덩달아 들썩이는 분위기다. 일찌감치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손잡으며 SMR 시장 진출에 닻을 올린 상태며 GS에너지와 삼성물산도 SMR 발전소 건설 및 운영을 위한 사업 개발에 뛰어들었다.
최근엔 SK도 미국 차세대 SMR 기업인 테라파워와 함께 SMR 시장 본격 참전을 선언했다.
업계는 세계 주요국가들이 원전에 주목하는 상황에서 윤 정부의 원전 정책 기조가 더해짐에 따라 우리 기업들의 SMR 기술 개발에도 경쟁력이 보태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8일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계 원전 시장이 SMR을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SMR 관련 기술 발굴에 나섰다.
전날인 17일 SK㈜·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탄소 감축을 위한 실행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로 미국 테라파워와 SMR 관련 포괄적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로써 SK는 테라파워의 차세대 SMR 기술 및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 역량과 SK의 사업 영역을 연계해 다양한 사업협력 기회를 발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테라파워는 지난 2008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설립한 곳으로, 차세대 원자로의 한 유형인 소듐냉각고속로(Sodium-cooled Fast Reactor) 설계기술을 보유한 원전 업계의 혁신 기업이다. 테라파워의 SFR 기술인 Natrium™(나트륨)은 현재 가동 중인 3세대 원전에 비해 안전성과 경제성 측면에서 한 단계 진일보한 4세대 원전 기술로, 미국 에너지부의 자금 지원 하에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SK관계자는 "이번 협약에 따라 국·내외 진출 및 상용화 협력은 국내 원전 관련 기업의 SMR 핵심 기술 확보와 차세대 원전 운영 등 관련 산업 육성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라며 "원전 관련 신기술의 확보는 물론, 원전 산업 생태계 전반의 활력 제고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앞서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함께 SMR 시장에 발을 들였다. 일찍이 국내 투자사들과 함께 뉴스케일파워에 1억 380만 달러의 지분을 투자하며 수 조원 규모의 기자재 공급권을 확보한 것. 지난 2019년에도 뉴스케일파워로부터 SMR 제작성 검토 용역을 수주 받아 2021년 1월 완료했고, 현재 시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SMR 본제품의 본격적인 제작 착수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가 오는 2029년 준공을 목표로 미국 아이다호주에 추진하고 있는 UAMPS (Utah Associated Municipal Power Systems) 프로젝트에 공급할 SMR 본제품 제작에 착수하게 됐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하반기 SMR 제작에 사용되는 대형 주단 소재 제작을 시작하고, 2023년 하반기 중 본격적으로 SMR 본제품 제작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과 GS에너지도 두산에너빌리티와 함께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과 글로벌 사업 협력에 손잡았다. 이에 따라 GS그룹은 발전소 운영능력을,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력발전 기자재 공급능력, 삼성물산은 발전소 시공역량을 바탕으로 SMR 개발에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산업계가 SMR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는 배경엔 세계적으로 SMR이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한 수단으로 각광받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전경련에 따르면 이미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에서는 차세대 첨단 원전으로 SMR에 주목, 70여종의 SMR을 개발하거나 자국만의 모델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최대 96기의 SMR이 가동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은 오는 2035년 해당 시장 규모가 390~62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으며 한국수력원자력 역시 2030~40년까지 매년 약 10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교체 수요를 두고 SMR이 천연가스 등과 경쟁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