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자체 피자 브랜드 피자앤도우에서 선보인 ‘한근소불고기 피자’ |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고물가 여파가 지속되면서 유통업계의 PB(자체 브랜드) 경쟁이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다.
과거 기업들의 PB 마케팅이 단순히 제조사 브랜드를 겨냥해 이들 브랜드보다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선보여 집객에 나섰다면, 지금은 대형마트·편의점·이커머스 등 업태간 생활필수품과 먹거리 등을 두고 ‘PB 무한경쟁’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와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지속된 물가 인상으로 최근 편의점과 대형마트가 선보인 ‘반값 치킨’과 ‘초저가 브랜드’ 상품이 인기를 얻자, 이커머스도 자체 브랜드 카테고리를 확대하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는 최근 자체 브랜드 카테고리를 더욱 확장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지난 2020년 4월부터 선보인 자체 브랜드 ‘KF365(콩나물, 휴지 등 장바구니 필수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는 브랜드)’가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에 힘입어 최근 ‘두 마리 99치킨’이라는 상표권을 내고 자체 치킨 브랜드 기획에 돌입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당장 구체적인 출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업계는 컬리가 1만원 안팎의 가성비 치킨을 조만간 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컬리의 이같은 자체 치킨 브랜드 기획은 최근 대형마트의 반값치킨 열풍에 자극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형마트 치킨은 앞서 6900원대 홈플러스 ‘당당치킨’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롯데마트와 이마트가 각각 ‘한통가득 치킨’, ‘5분 치킨’ 등을 잇달아 내놓으며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이커머스를 선도하고 있는 쿠팡도 자체 브랜드 마케팅을 지속해 강화하고 있다.
현재 쿠팡은 곰곰, 딜리조이, 코켓, 탐사, 홈플래닛(생활가전), 비타할로(데일리뷰티템), 줌(세탁·청소세제), 비지엔젤(출산·유아용품), 스너글스, 루나미(국내생산 생리대) 등 총 28개의 쿠팡 only브랜드(자체 브랜드)를 운영중이다.
이같은 이커머스업체의 움직임에 대형마트 역시 자체 브랜드 상품 판매에 더욱 힘쏟고 있다. 반값 치킨과 피자에 이어 최근엔 탕수육과 피자, 비빔밥 등 자체 브랜드 먹거리를 늘리고 있다.
롯데마트는 자체 피자 브랜드 치즈앤도우의 최근 3주간(지난달 22일∼이달 12일) 판매실적이 지난해 동기 대비 약 25% 증가하자, 지난 20일 소불고기 600g이 들어간 18인치(약 45.72cm) 크기의 ‘한근 소불고기 피자’를 1만원대 가격으로 선보였다. 한근 소불고기 피자의 불고기 토핑량은 타 프랜차이즈 피자 토핑량(200g 내외)보다 3배가량 많다.
편의점업계는 이보다 일찍 초저가 PB 상품을 선보여 쏠쏠하게 매출 재미를 누린데 이어 초저가 자체 브랜드 상품 판매를 늘리며 고객 늘리기에 잰걸음하고 있다.
편의점 CU는 초저가 자체브랜드 ‘헤이루 특템’ 시리즈 매출이 지속적 늘고 있다. 지난 9월(1∼14일)에도 비엔나득템 제품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416.9% 증가했고 미용티슈득템(56.3%), 김치득템(30.8%), 쌀밥득템(18.0%), 라면득템(16.6%) 도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GS25의 ‘실속 시리즈’도 인기다. 중량은 늘리고 가격은 낮춰 내놓은 자체 브랜드 김밥의 경우 동일 카테고리 내 매출 순위 5위 안에 오르며 호응을 얻고 있다. GS25가 판매중인 슈퍼마켓 GS더프레시의 초저가 PB ‘리얼프라이스’ 제품의 경우 키친타월과 화장지 등이 다른 일반 브랜드 상품 대비 최대 8.5배까지 많이 팔리고 있다.
유통업계는 물가 인상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업태간 자체 브랜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본다.
서용구 전 유통학회장은 "PB는 원래 기존 내셔널 브랜드를 겨냥해 선보이는 브랜드였지만 물가 인상이 지속되면서 지금은 소매업태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은 옛날과는 다른 양상으로, 편의점과 온라인, 대형마트 등이 업태간 PB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