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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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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카카오사태, 혁신 막는 명분 삼아선 안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1.08 10:24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자유시장연구원장

오정근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자유시장연구원장


지난달 15일 판교 SK C&C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는 이 데이터센터를 사용하고 있는 카카오가 먹통이 되면서 한국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남겼다. 카카오는 한국에서 국민메신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심지어 카카오톡으로 정부의 각종 주요 공공문서를 신청하고 발급받고 있을 정도다. 이런 카카오톡이 데이터센터 화재로 먹통사태가 발생했으니 전 국민적 재난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번 사태로 디지털 시대에 민간 플랫폼이지만 디지털정전이 국민안전에 얼마나 심각한지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다.

항상 사고만 나면 우후죽순식으로 대책들이 남발되지만 이번에도 예외 없이 정부와 국회는 온갖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금융당국은 카카오페이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주전산센터 화재 후 백업센터(재해복구센터)가 즉각 가동되지 않은 것은 데이터 이중화 조치가 미흡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방청은 관계부처 합동으로 민간에서 운영하는 90개 집적정보통신시설(데이터센터)의 재난 안전 관리 합동 실태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 독과점을 규율하기 위한 법 개정이나 새로운 법 제정이 필요한지 검토한다. 일반 기업들의 M&A(인수·합병)와는 별개로,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게 따로 적용하는 ‘플랫폼 결합 기준’을 만들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 사업자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자는 취지다.

국회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카카오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법안들을 발의하고 있다. 대부분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이다. 방송통신 재난관리 기본계획의 수립과 시행 대상에 부가통신사업자 등을 포함하고 주요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한 이중화·이원화에 관한 사항을 추가하는 것이 골자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디지털 정전사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디지털정전방지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1일 카카오먹통방지법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정의당도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을 발의했다.

이 과정에서 문제는 해당 법안이 기존에 존재하던 정보통신기반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재난 및 안전관리법과 중복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기존의 정보통신기반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재난 및 안전관리법도 데이터센터 등 주요 정보통신시설 보호를 위한 대책 수립 등 서로 중복된 규제를 하고 있는데 데이터센터가 국가핵심기반으로 지정되면 재난안전관리를 위한 설비를 갖춰야 한다. 또 매년 재난 예방 및 대비, 재난대책을 점검하게 된다. 이들 법안은 법 이름만 다를 뿐 데이터센터를 주요 정보통신시설로 지정해 보호하고 재난·재해에 대응하는 대책을 세워 점검한다는 점에서 이미 중복이다.

데이터센터 이중화 등 재난 대응 조치를 강화해 서비스 단절에 철저히 대비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핑계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데이터 쇄국정책과 다를 바 없다. IT 인프라는 초고속 연결망과 클라우드의 등장으로 빠르게 영향력이 확산되고 있다. 디지털 선도 전략이 국가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압도적이다. 현대의 IT 기술력 격차는 단순히 삶을 불편하게 하는 것을 넘어 생존을 위협할 정도다.

이번 사태는 ‘국민 메신저’ 역할을 하는 카카오톡 운영사인 카카오가 백업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는 등 국민 메신저에 걸맞은 위기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기업 실패’가 1차적 원인이다. 백업 시스템은 기본 중의 기본인데 이 부분이 제대로 되지 못한 점이 가장 큰 원인이므로 이를 보강하도록 하는 정책이 중요하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처방을 넘어선 전방위적인 규제는 4차산업혁명의 꽃인 플랫폼 산업을 고사시킬 우려가 적지 않다.

초연결 초지능으로 대변되는 4차산업혁명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플랫폼산업에서 꽃이 피고 있는데 이를 규제일변도로 몰고 가면 4차산업혁명이 고사될 우려가 큰 것이다.

또한 독과점 폐해로 ‘시장 실패’로 몰아가는 것도 문제가 적지 않다. 원래 정보산업은 규모가 클수록 이익도 증가하고 소비자후생도 증가하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산업이다. 획일적인 플랫폼 규제 보다는 카카오의 대안 서비스가 나올 수 있도록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또한 카카오 등 토종 IT업체를 과도하게 규제할 경우 텔레그램 등 대체재가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메신저 갈아타기’로 결과적으로 구글, 아마존 등 해외 기업에 대한 의존도만 높아질 수 있다.

이번 카카오먹통사태를 계기로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인 백업센터는 강화하되 과도한 규제로 4차산업혁명의 총아인 플랫폼산업을 죽이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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