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둔 9일 문재인 전 정부와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동시에 비판했다.
전임 정부에서 이념에 치우친 각종 정책이 최근 전세·주식·가상자산 관련 사기 발생의 원인이 되고 이를 바로잡을 정책을 세우려 해도 거대 야당의 벽에 막혀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취임 1년이 넘어가는 시기에도 전 정권에 책임을 묻는 건 지금의 정부가 무능하다는 반증’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건물과 제도를 무너뜨리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순간이다"라고 말하면서 ‘무너진’ 각 분야를 하나하나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집값 급등과 시장 교란을 초래한 과거 정부의 반시장적, 비정상적 정책이 전세 사기의 토양이 됐다"고 지적했다.
전임 정권에서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해체된 점도 꼬집었다.
윤 대통령은 "증권합수단 해체로 상징되는 금융시장 반칙 행위 감시 체계의 무력화는 가상자산 범죄와 금융 투자 사기를 활개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또 "과거 정부의 검찰개혁 과정에서 마약 조직과 유통에 관한 법 집행력이 현격히 위축된 결과가 어떠했는지 국민 여러분이 모두 목격했다"고도 했다.
민주당 정부가 주도했던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의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마약 사범이 늘고 수사와 검거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는 지적인 셈이다.
이어 윤 대통령은 "거야 입법에 가로막혀 필요한 제도를 정비하기 어려웠던 점도 솔직히 있다"며 "무너진 시스템을 회복하고 체감할 만한 성과를 이루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취임 1년을 하루 앞둔 자리에서 발언한 내용을 두고 ‘전 정권 탓을 할 시기는 지났다’며 지적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이미 국민들이 전 정권에 대한 실망이 있었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킨 것"이라며 "집권 초기에야 전 정권의 흔적이 남아있으니 설득이 되겠지만 지금은 현 정부의 정체성을 보여줄 때"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취임 1년을 앞둔 국무회의 자리라면 지난 1년 동안 어떤 정책에 대해 무슨 준비를 했고 얼마나 진행됐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각 분야 정책에 대한 진행 상황을 설명하고 청사진을 제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철현 평론가는 "집권 6개월까지는 전 정권의 유산이 남아있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1년이 지나는 시기부터는 지난 정권의 문제점을 얼마나 정리했고 어떤 부분이 미흡한 지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하는데 아직도 전 정권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정부의 스탠스에 대해 ‘아직도 전 정권 탓을 하냐’는 비판적인 여론이 더 높다"며 "내년 총선 시기까지도 전 정권을 지적한다면 집권 만 2년, 햇수로 3년차에 접어들기 때문에 부정 여론이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만의 국정운영을 추진하고 정체성을 보여주려면 개각과 인적쇄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박 교수는 "윤 대통령이 정계 출신이 아닌 만큼 대통령실 참모진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여론을 제대로 살피고 대통령에게 진정한 조언을 할 수 있는 인물들로 인적쇄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하반기 열릴 국정감사나 내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개각이나 참모진 변경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에 지금 추진해서 새로운 정부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claudia@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