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원유시추기(사진=로이터/연합) |
1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 인도분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2.16% 오른 배럴당 75.75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WTI 가격은 3거래일 만에 반등했지만 지난 4월 이후 약 3개월만 최고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9월 인도분 가격 또한 전일 대비 1.44% 오른 배럴당 79.63달러를 기록, 80달러선 재돌파를 앞두고 있다.
WTI 가격의 월간 상승률이 7%에 달하는 등 국제유가는 이달 들어 강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기록된 저점과 비교하면 상승률은 13%에 육박한다.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감산 정책을 추진해왔던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 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가 주목을 받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작년 10월 OPEC+는 하루 200만 배럴 감산에 합의했고, 지난 4월에는 일부 회원국이 자발적으로 166만 배럴 추가 감산을 깜짝 발표해 시장을 놀라게 한 바 있다.
OPEC의 맹주격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6월엔 하루 100만 배럴 추가 자발적 감산을 발표했고 이달부터 실제 생산량을 줄였다.
러시아 또한 지난 3월부터 하루 50만 배럴에 이어 내달부터 50만 배럴 추가 자발적 감산을 예고했다.
미국 달러화가 최근 약세를 보인 점도 유가 상승의 또 다른 요인으로 지목된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13일 99.45로 추락한 이후 여전히 100을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원유는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경우 원유 수요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지난 3개월 WTI 가격추이(사진=네이버금융) |
씨티그룹의 에드 모스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 총괄은 이날 블룸버그TV에 출연해 유가가 70달러선 밑으로 떨어지지는 안지만 90달러를 돌파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가가 특정 수준에서 지지될 것이란 배경엔 OPEC+가 유가 상승을 원하는데 이어 미국 정부가 배럴당 70달러에 전략비축유(SPR)를 보충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라고 모스 총괄이 설명했다.
그는 또한 공급부족이란 요인을 반영해도 유가는 90달러를 돌파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모스 총괄은 전날에도 "세계는 중국 경제가 회복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며 "유럽은 이미 침체기로 진입했고 미국의 경우 경착륙을 피했다고 단정하기 아직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다만 원유시장에 앞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모스 총괄은 "원유시장은 공급부족과 과잉공급을 두고 왔다 갔다 할 것"이라며 "과잉공급으로 유가가 20달러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고 공급부족으로 100달러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리케인 등 이상기후도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씨티그룹의 이같은 관측은 최근 헷지펀드, 자산운용사 등이 10년만에 최대 규모로 석유와 관련된 상품을 순매수한 가운데 나와 주목을 받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이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WTI, 브렌트유, 휘발유 등 석유와 관련된 선물 및 옵션을 순매수한 규모는 1억 1500만 배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3년 이후 최대치이며 트레이더들이 평가하는 리스크 균형이 크게 반전됐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