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셀라 CI |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 최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나라셀라가 무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발표하자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무증 발표 직후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하루만에 반전하며 약세를 기록했다.
회사 측은 무증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실시하는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2대 주주의 엑시트를 위해 판을 깔아주려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소외받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25일 나라셀라는 1주당 1주를 새롭게 배정하는 100% 무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신주 배정 기준일은 오는 8월 9일, 신주 상장일은 오는 8월 29일이다.
회사 측은 이번 무증이 주주들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나라셀라의 마승철 회장은 "주주가치를 높이고 주식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번 무상증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증으로 주가가 오르는 것은 착시효과에 따른 부수적인 효과다. 무상증자는 회사의 재무제표상 자본잉여금을 자본금 계정으로 옮기는 작업이다. 회사에 들어오는 자금이 전혀 없이 서류상으로 작동된다.
그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에게 공짜로 주식을 나눠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주식수가 늘어난 만큼 1주당 주가를 하향조절(권리락)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주주가치는 그대로다. 대신 주가가 낮아지면서 기업 가치가 저평가된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가 나타나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있다.
보통 자본잠식을 해소하거나 유통주식수가 부족할 경우에 실시하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주가를 띄워보겠다며 무증을 실시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착시효과를 고의로 일으켜보겠다는 셈이다. 하지만 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실제 나라셀라도 무증 발표 직후에는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이내 26일 주가는 약세로 전환됐다. 앞서 최근 주주가치 제고를 목표로 무증을 실시한 위지윅스튜디오와 휴마시스 등도 증자 이후 주가가 더 떨어졌다.
심지어 나라셀라는 지난 6월 초 주식시장에 상장한 새내기 종목이다.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식수와 자본금 등을 조정할 기회가 있었다.
이에 상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주식수를 크게 늘리려 하는 것은 상장 전 나라셀라에 투자한 2대 주주의 엑시트를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증권가에서 나온다.
증권가가 지목하는 투자자는 지난해 6월 나라셀라에 투자한 벤처캐피탈 에이벤처스다. 에이벤처스는 나라셀라에 주당 약 만1000원의 가격으로 지분투자를 실시했다. 투자금은 284억원, 지분율은 19.92%다.
하지만 나라셀라는 IPO과정에서 고평가 논란이 일면서 거듭 공모가를 수정하다가 결국 주당 2만원에 상장한다. 현재 주가는 공모가조차 지키지 못한 1만3000~1만5000원선을 횡보 중이다. 에이벤처스 입장에서는 투자를 실패한 것이다.
에이벤처스는 나라셀라가 상장할 때 보유 지분의 약 절반에 1개월의 보호예수를 걸어둔 상태였다. 이미 이 기간은 지났지만 주가가 떨어지다보니 엑시트할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증을 통한 착시효과로 주가가 오를 경우 에이벤처스 입장에서는 투자금을 회수할 길이 열린다.
한편 이럴 경우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착시효과에 따른 주가 상승 뒤 2대 주주의 지분 매도가 있을 경우 주가가 유지되기 힘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벤처캐피탈인 2대 주주의 보호예수가 풀린 시점에서 무증을 실시하는 것은 대놓고 엑시트할 판을 깔아주는 것"이라며 "상장사가 사채권자의 전환권 행사나 대규모 오버행 등을 앞두고 무증을 실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개인 투자자들로서는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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