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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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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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기후변화정책,산업육성에 초점 맞춰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8.22 07:57

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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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매일 새벽에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블룸버그 등 뉴스 매체와 트위터 등을 통해 다양한 글로벌 뉴스를 확인한다. 이렇게 전 세계 주요 일간지나 인터넷을 훑다 보면 지금까지도 2030년 NDC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타령을 연일 하는 국가로는 대한민국이 거의 유일한 것 같다.

미국과 EU, 일본 그리고 중국도 마찬가지인데 이들에게 기후변화 정책은 곧 산업정책이요, 국가의 장기성장 잠재력을 확보하는 정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기후변화 정책이 단순히 온실가스 감축으로만 취급되는 모양새다. 이를 강력히 주장하는 이들에게는 온실가스 감축이 수입산으로 달성되더라도 상관없다. 그들에게는 NDC 목표 달성이 중요할 뿐 탄소중립을 향한 수십 년간의 긴 여정에서 한국의 관련 산업 생태계 구축은 관심 밖이다. 국가 잠재 성장력, 연금고갈, 국가장기재정과 국가부채 역시 다루지 않는다.

RE100을 피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재생에너지에 당장 올인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언론기사나 유튜브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들 중 상당수는 우리가 선진국인 만큼 2030 NDC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는 데 지난해 새 정부가 출범하자 이제는 산업경쟁력을 화두삼아 RE100 때문에라도 재생에너지 확대만이 답이라고 한다. 그들은 송전망과 ESS 관련해 천문학적으로 소요되는 비용,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생태계 구축 및 전력시장 제도개선 전략을 심도 있게 고민해 보았는지는 의문이다.

한편으로 영국의 더클라이밋그룹이라는 민간단체에서 주도하는 RE100이 한국에서는 국가과제로까지 당당히 자리잡게 된 것도 세계에서 드문 경우다. 더클라이밋그룹이 RE100을 주장하는 이 시간에도 영국은 석유와 천연가스를 북해에서 여전히 생산, 수출하고 있다. 자동차 메이저 제조사가 없는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고, 전기자동차(EV)만 판매한다는 계획이지만 여전히 북해에서 화석연료인 석유·가스를 뽑아낼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반세기에 걸쳐 개발한 국내 기술 상당수를 우리 손으로 안락사시키려는 정책들이 버젓이 제안되기도 한다. 탈원전은 물론이고 초초임계압 석탄화력 발전기술에 이어 이제는 LNG 발전까지도 기후위기 주범이라며 개발중단을 요구한다. 그런데 가스 터빈은 이제 막 국산화의 고도화 단계에 진입했다. 그 터빈엔진으로 발전기에 이어 항공기 엔진까지 개발함으로써, 에너지 산업 뿐 아니라 국방산업과 우주산업에까지 부가가치를 창출할 미래 기술인데도 말이다.

기후변화, 기후위기, 넷제로 등 미사여구(rhetoric)로만 나열된 주장이 국가를 경제위기에서 구할 수는 없다. 이에 비해 미국과 일본, 중국은 실용주의적인 저탄소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아래 미국 주도로 재생에너지와 배터리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마스터 플랜을 추진하며 탄소무역장벽을 쌓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도 미국은 석유와 천연가스 역시 꾸준히 생산할 것이다.

필자는 올해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의 메인 아젠다가 2030 NDC 감축목표는 아닐 것이라고 단언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주요국과는 달리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과 시행령에 NDC 감축목표를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국가계획에서 의무적으로 따르도록 법제화했다. 이로 인해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NDC 타령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딜레마다. 2030년이라는 목전의 연도에 감축 시한을 법에서 못 박다 보니 국내 산업생태계 구축과 기술개발을 할 여유도 없게 자책골을 날린 셈이다.

앞으로 수십 년, 아니 100년을 가야 할 저탄소 기술개발과 탄소무역 경쟁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기후변화 정책을 감축정책 위주에서 산업육성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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