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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협상 실패’ 11번가, 中 알리에 손 내밀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26 17:30

SK스퀘어-큐텐 매각 협상 불발, 콜옵션 행사 여부 관심



시장선 콜옵션 보다 신규 투자 유치 집중 예상



"국내 기업 11번가 인수 적극적 나서기 어려워"



대규모 자금력 보유 중국 알리바바 인수 가능성

11번가

▲SK스퀘어 본사가 있는 서울 중구 SK T-타워 모습. 사진=SK스퀘어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11번가 최대주주인 SK스퀘어와 큐텐간의 매각 협상이 최근 불발되면서 SK스퀘어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11번가 분사 당시 재무적투자자(FI)들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하며 한 계약에 따르면 약속기한 내 기업공개(IPO)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콜옵션(특정 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살수 있는 권리)을 행사해야 하지만, SK스퀘어가 기한이 됐음에도 콜옵션 행사 여부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SK스퀘어가 콜옵션보다는 신규 투자 유치에 집중하며 시간 벌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이 과정에서 국내 기업보다는 알리바바 등 대규모 자금을 보유한 중국기업이 11번가의 투자처 또는 인수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26일 업계 따르면 SK스퀘어는 현재 콜옵션 행사 여부 검토와 신규 투자처 물색 작업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다만 업계에선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SK스퀘어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 콜옵션 행사 여부는 곧 열릴 이사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는 2018년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에이치앤큐(H&Q) 코리아 등으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총 5000억원을 투자받았다.

이 과정에서 나일홀딩스는 11번가 지분 투자 당시 5년 내(2023년 9월 30일) 기업공개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11번가는 올해도 IPO 추진이 불발되면서 최근 큐텐과의 매각 협상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SK스퀘어가 FI들과 11번가 투자 유치 관련해 체결한 계약에 따르면, 11번가가 5년 내 기업공개에 실패할 경우 SK스퀘어는 콜옵션을 행사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면 SK스퀘어는 FI들에게 원금 5000억원에 내부수익률(IRR) 연 3.5~8% 이자를 붙여 돌려주고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된다. 아니면 동반매도요구권(드래그얼롱) 조항에 따라 SK스퀘어가 보유한 지분(80.26%)을 포함해 FI에게 경영권 매각 권한을 넘겨야 한다.

하지만 시장에선 SK스퀘어가 콜옵션보다는 신규 투자 유치를 물색하며 시간 벌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SK계열사들이 최근 투자한 사업이 비용 부담이 큰 사업인데다, 적자 내는 사업이 많은 만큼 콜옵션을 행사할 여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또한 SK스퀘어가 신규 투자처를 찾더라도 국내 유통 기업들이 11번가 인수에 적극적 나서기 힘들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쏠린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수익성도 좋지 못한 만큼 11번가 인수에 공격적 나오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11번가가 매출은 유지된다고 하지만 적자는 엄청나게 줄었다고 보기 어렵다. 누가 인수해도 재무적으로 부담이 된다"며 "인수하는 기업 입장에선 효과를 내려면 또 투자를 해야 되는데,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인수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알리바바 등 거대 자본을 지닌 중국 이커머스 기업이 상대적 11번가 인수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알리바바 관계자는 11번가의 인수합병(M&A) 가능성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중국 알리바바의 인수합병 담당자들은 최근 몇 달간 한국에 머무르며 주요 e커머스 기업의 투자사 관계자와 접촉했다. 이들은 회사 매각 가능성과 투자 유치 계획 등을 집중적으로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리바바가 가장 적극적으로 인수를 추진한 곳은 SK그룹 계열 오픈마켓인 11번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SK그룹 내에서 알리바바와의 매각 협상을 부정적으로 인식해 최근 협상이 중단된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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