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백화점.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내수 침체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외식·여가 등 소비가 위축되면서 서비스업 생산 증가 폭이 32개월 만에 최저 수준인 0%대로 내려앉는 등 고금리·고물가 기조 장기화로 자영업자를 시작으로 서민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서비스업 생산(불변지수)은 작년 동월 대비 0.8% 늘면서 증가 폭이 0%대에 머물렀다. 2021년 2월(-0.8%) 이후 32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2021년 하반기부터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온 서비스업 생산은 최근 둔화세가 뚜렷하다.
분기별 생산 증가 폭을 보면 지난해 3분기 8.5% 증가하며 정점을 찍은 뒤 빠르게 하락해 지난 2분기 2.3%, 3분기에는 1.9%까지 쪼그라들었다.
산업별로 보면 숙박·음식점업, 도소매업,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에서 둔화세가 두드러졌다.
2021년 4분기부터 거의 매 분기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인 숙박·음식점업 생산은 올해 2분기 7분기 만에 마이너스(-2.7%)로 전환했고 3분기(-4.7%)에는 감소 폭을 더 키웠다. 지난달에는 1년 전보다 5.2% 감소했다.
도소매업 역시 올해 2분기 1.1% 감소해 10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고 3분기에는 1.9% 줄어 감소 폭이 더 커졌다. 지난달에는 3.7% 줄며 2020년 8월(-6.4%) 이후 3년 2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엔데믹 직후 여행 증가 등으로 줄곧 두 자릿수대 증가율을 보였던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도 증가 폭이 빠르게 둔화하면서 지난 달 1.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재화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는 지난해 2분기부터 6개 분기 연속 줄고 있고 감소 폭도 최근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에도 내구재·준내구재·비내구재가 모두 줄면서 1년 전보다 4.4%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재화에 집중됐던 내수 부진이 엔데믹 이후 ‘보복 소비’로 버텨온 서비스 분야까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서비스업 부진 조짐은 매달 정부가 발표하는 산업활동 동향 분석 자료에서도 감지된다.
지난 6월 이후 정부는 ‘서비스업 개선세’를 긍정적인 소비 흐름 중 하나로 강조했지만, 지난 9월 "완만한 개선세"로 톤이 낮아진 뒤 10월 분석에서는 서비스업에 대한 평가가 사라졌다.
민간 소비는 크게 서비스와 재화 소비로 구분되는데 통계청이 매달 공표하는 소매판매 지수는 재화 소비 지표에 해당한다. 서비스업 생산은 기업간거래(B2B) 서비스가 일부 포함돼있지만 통상 재화를 제외한 서비스 내수 동향을 파악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단기 동향 분석에 주로 활용되는 계절조정지수 기준으로 봐도 내수 상황은 좋지 않다.
지난달 서비스업 생산 계절조정지수는 전달보다 0.9% 감소하면서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도소매업이 2020년 2월(-3.8%) 이후 3년 8개월 만에 최대 폭인 3.3% 줄면서 감소세를 이끌었다. 숙박·음식점업도 2.3% 줄어 석 달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소매판매(계절조정지수)도 전달보다 0.8% 줄어들면서 두 달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판매가 동시에 감소한 것은 올해 4월(각각 -0.4%·-2.6%) 이후 6개월 만이다.
최근 심화하는 소비 부진은 고금리와 고물가 영향이 크다는 것이 정부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가계 실질 소득이 줄고 이자 부담도 늘면서 민간 소비 여력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고금리·고물가가 예상보다 더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면서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소비 ‘빙하기’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30일 긴축 기조가 얼마나 길어질지를 묻는 말에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로 충분히 수렴한다는 확신이 있을 때까지이고 현실적으로는 (6개월보다) 더 걸릴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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