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이 개최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취약한 한국금융의 과제와 대안(ELS 사태 중심으로) 토론회‘에서 홍콩 H지수 ELS 가입자가 자신의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에너지경제신문)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급성 백내장으로 일상적인 읽기와 쓰기가 어려운 상태였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가입신청서 등이 복잡한 금융상품에 대해 아주 작은 글씨로 기술돼 있어 스스로 읽고 이해하고 작성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는데, 은행에서 미리 모든 문서를 체크해 두고 작성해둔 서류에 사인만 하는 방식으로 홍콩 H지수 ELS 상품 가입이 이뤄졌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이 개최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취약한 한국금융의 과제와 대안(ELS 사태 중심으로) 토론회’에서 홍콩 H지수 ELS 가입자의 한 사례가 이같이 소개됐다.
그는 "수년간 거래했던 은행에서 믿고 있던 팀장이 안전한 상품이라고 해 ELS에 가입했다.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손실이 난 적 없다고 했고, 6개월이나 1년 이내에 다 상환이 된다고 했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홍콩H지수 ELS는 2016년과 2017년 손실이 난 적 있다고 가입자 측은 강조했다.
이어 그는 "2024년 2월 홍콩 H지수 ELS 만기 때 손실이 거의 확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3년 11월께 문자로 개별 상품 설명서를 처음 봤고, 내가 공격형 투자 성향이며 가입 상품이 초고위험 상품이라는 걸 봤다"며 "은행 담당 팀장에게 물어보니 그렇게 체크돼야 가입되는 상품이라고 하더라. 내가 가입한 상품에 홍콩 H지수가 포함돼 있다는 걸 그 때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홍콩 H지수 ELS 가입자들은 한 목소리로 "은행이 ELS 상품의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은행이 지난 10년 동안 홍콩 H지수 ELS 상품에 손실이 난 적이 없다고 했다"며 은행이 불완전판매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가입자는 "3명의 가족이 모은 전 재산 10억원이 18개로 나눠 ELS가 가입돼 있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께서 2017년에 은행에 가서 정기예금을 넣으려고 한다고 했더니 은행 직원이 정기예금 대체 상품이라고 ELS를 추천했고 위험성은 전혀 강조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그렇게 재가입을 하시다가 2021년 담당자에게 정기예금 상품으로 소개해 달라고 했더니 이자가 낮다는 이유로 ELS를 권유했다. 지금까지 손실난 적이 없고 조기상환이 안 된 적이 없다고 했다"며 "이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제 19조, 제 21조 위반이다"고 강조했다. 또 "재가입자라고 위험성에 대해 얘기를 안 해 줬다"며 "이것 또한 금소법 제 19조 위반이다"고 했다.
그는 또 투자 성향 분석표, 계약서 등은 은행 담당자가 작성하고 이름, 사인 등만 적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류에 세부적으로 적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은행 담당자는 금감원에서 의례적으로 하는 거니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어머니를 안심시켰다"며 "이 또한 금소법 제 19조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금소법 제 19조는 금융상품에 대한 설명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금융상품판매업자 등이 일반 금융소비자에게 계약 체결을 권유하거나 일반 금융소비자가 설명을 요청할 때 금융상품에 대한 중요한 사항을 일반 금융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금소법 제 21조는 금융상품에 대한 부당권유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은행이 90대 고령자에게 ELS 가입을 권유한 사례, 고등학생 딸 명의로 ELS가 가입된 사례 등이 발표됐다. 고등학생 때 어머니가 대리로 ELS를 가입했다는 이 투자자는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제가 공격 투자자 100점이었더라. 심지어 은행 담당자가 조작한 어머니의 투자성향 점수보다 제 조작된 투자성향 점수가 더 높았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은행에서 고난도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은행을 찾는 사람들은 원금 보장을 기대하고 예금의 안정성을 추구한다. 이런 분들에게 원금이, 조금의 확률이더라도, 실질적으로 손실이 일어나면 불완전판매 논란이 계속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상품 판매 절차를 강화하면 오히려 투자자 피해 구제에 (은행의) 알리바리용으로 작동할 수 있다"며 "원금 보장을 기대하고 있는 은행 고객들에게 고난도 금융 상품 판매는 중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