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으로 수입되는 철강, 알루미늄 등 6개 품목에 대해 탄소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하지만 이 제도의 핵심인 탄소 배출량은 이전 1년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CBAM의 실질적 영향은 사실상 2025년부터 시작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유럽 CBAM은 2023년 10월 1일부터 2025년 12월 31일까지 전환기간(시범)을 마치고 2026년 1월 1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CBAM은 EU로 탄소비용이 반영되지 않은 수입품에 대해 EU 생산제품과 동일한 수준의 탄소비용을 CBAM 인증서 구매를 강제하는 제도이다.
쉽게 말해 유럽연합 제품보다 더 많은 탄소 배출량만큼 해당품목에 탄소세를 매기는 것이다. 현재는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수소, 전기 등 6개 품목만 대상이지만 향후 탄소 배출이 많은 플라스틱이나 유기화학 제품에까지 확대될 수 있다.
인증서 구매는 2026년 1월 1일부터지만 탄소 배출량은 이전 1년치를 계산하기 때문에 CBAM의 실질적 영향은 2025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본격 시행은 2026년부터지만 탄소 배출량 계산은 이전 1년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대상 수출업자는 2025년부터 CBAM에 실질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6개 품목 중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단연 철강이다. 여기에서 철강 품목이라하면 강판, 후판, 스테인리스 등 일반적 철강제품뿐만 아니라 강관, 볼트, 너트 등 가공제품까지 포함한다.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CBAM 영향을 받는 6개 품목의 유럽연합 수출액은 총 46억달러인데, 이 가운데 철강이 42억달러(91.3%)로 압도적이다.
대한상의 SGI의 'CBAM 도입이 철강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철강 부문에서만 CBAM 이행에 따른 비용이 2026년 851억원에서 2030년 이후 빠르게 증가해 2034년부터는 연간 5500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EU의 탄소배출권 거래제인 EU-ETS의 탄소배출권 무상할당 비율이 갈수록 빠르게 없어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CBAM을 비롯한 글로벌 탄소무역장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탄소배출 저감 공법을 빠르게 상용화하고, 피할 수 없는 배출권 비용에 대해선 국내시장에서 흡수할 수 있도록 국내 배출권시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제철 자발적탄소시장연합회 회장(전 환경부 차관)은 'EU 탄소국경조정제도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EU-ETS 무상할당이 유지될 경우, CBAM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지만 무상할당이 축소될 경우, CBAM 영향은 증가하나 EU 업체의 비용도 동시에 증가하므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무상할당 비율을 줄이지 않거나 느슨한 배출량 할당으로 배출권 가격이 EU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수준에 머물 경우, 국내 기업은 우리나라가 아닌 EU에 탄소 가격을 지불하는 구조가 되어 국부 유출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경원 대상상의 SGI 연구위원은 “CBAM 대응은 탄소집약도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며 “경쟁력 있는 저탄소 그린철강을 만들 수 있도록 공법 상용화 등의 대응이 신속하게 실행돼야 한다. 또한 수립 예정인 4차 배출권 거래제에도 CBAM 대응 내용이 잘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