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이용 대가'를 두고 인터넷제공사업자(ISP)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 간 견해가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망 무임승차 방지법'이 다수 발의돼 있으나, 장기 계류된 상황이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양측의 입장차는 더 선명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27일 글로벌 스트리밍(실시간재생) 플랫폼 트위치가 국내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망 이용 대가'를 둘러싼 ISP와 CP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앞서 트위치는 지난해 12월 “한국의 망 이용대가가 다른 나라에 비해 10배 높아 한국에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사업 운영을 종료하겠다고 선언해 관련 논란에 불을 지폈다.
CP사의 입장과는 대척점에 서 있는 글로벌 통신사업자들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24(MWC 2024)'에서 CP사가 망 투자비용을 분담해야한다는 데 대해 공감대를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데이터 트래픽이 폭증하는 가운데 '망 이용 대가'를 둘러싼 논의는 수년 째 MWC의 단골 의제다. 특히 이번 MWC에서는 EU집행위원회(EC)가 발간한 'DNA(Digital Networks Act)' 관련 백서 내용이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는 평가다.
EC는 지난 21일 망 이용대가를 포함해 포괄적인 통신 규제체계 개편의 방향성을 담은 DNA 관련 백서를 발간했다. 백서에는 △글로벌 빅테크(CP)가 망 구축에 기여할 필요가 있고 △사업자 합의가 어려운 상황 등의 경우에는 법제화 등을 통해 분쟁 해결 메커니즘을 도입해 합의를 촉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업계에선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양측의 입장 차가 더 극을 달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한국게임산업협회 등 국내 디지털경제를 대표하는 7개 협·단체가 참여하는 디지털경제연합(DEC)은 지난 22일 제22대 총선 정책제안서를 통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망 사용료 법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DEC는 “해당 법안들은 ISP 측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담고 있다"며 “망 이용계약 체결 및 망 이용료 부과에 대한 내용을 법에서 강제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ISP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CP가 납부하는 망 비용의 원가 등에 대한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등 불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다"면서 “현행 가이드라인 수준에서 규정된 망중립성 원칙을 법적 위상으로 격상시켜, 공정하고 투명한 인터넷 망 환경 조성해야한다"고 했다.
같은 날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국내 망사용료가 해외에 비해 과중했다면 경쟁사들은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스트리밍 시장에 신규 진출하는 일이 있을 수 없다"며 “트위치가 '망 사용료'를 걸고넘어진 것은 명분일 뿐이지, 사실은 적자로 사업을 철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번 트위치의 사업 종료는 오히려 글로벌 CP의 불공정 행위로부터 국내 이용자를 보호하고 국내외 CP 간 역차별이 해소되는 첫걸음이 되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