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 예정된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이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국ESG평가원은 7일 주총 의안 분석 자료를 통해 현재 13명인 이사회를 27명으로 늘리는 것의 효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도 상장기업의 적정 이사 수를 20명 미만으로 권고하고, 국내 의결권 자문사들도 이사가 과도하게 많아지면 안건 심의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영풍과 MBK가 이를 추진하는 것은 이사회 내 입지 강화를 위함으로 풀이된다. 장형진 영풍 고문을 제외하면 최윤범 고려아연 본인 등 13인 중 12인이 사측 인사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들의 임기 만료 전까지 최대주주의 의사가 회사 경영에 반영되기 어렵다는 판단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ESG평가원은 “고려아연의 장기지속성장과 주주권익 측면에서 현 경영진 측이 (영풍과 MBK파트너스)보다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경영실적, 주주환원, ESG 평가 등에서 우위라는 이유다.
고려아연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영업이익·당기순이익을 냈고, 지난해는 80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예상했다. 조업 프로세스 개선, 에너지효율 향상, 원가경쟁력 강화로 당초 사업계획의 2배에 달하는 성과를 냈다는 것이다.
배당성향도 2021년 46.8%, 2022년 50.9%, 2023년 59.5%로 높아졌다. 주가수익비율(PER)도 같은 기간 12배에서 19.1배로 개선됐다. 한국ESG연구소·한국ESG기준원·서스틴베스트가 실시한 평가에서도 지배구조(G) 분야 등급이 상향됐다.
반면 영풍은 2023년 영업손실 1698억원·당기순손실 834억원을 냈다. 환경오염 문제로 석포제련소가 58일 조업정지 행정처분도 받았다. 석포제련소는 앞서 환경당국으로부터 5년간 22건의 제재도 받았다.
임시주총 안건에 대해서도 고려아연 측의 손을 들었다. 고려아연은 △소수주주 보호 조항 명문화 △집중투표제 도입 △분기배당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이사 수 상한 설정 등을 상정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집행임원제 도입, 이사 14명 추가 선임 등을 안건으로 올렸다.
고려아연은 이사 후보 선출시 과반이 찬성하면 통과되는 일반투표제 방식은 지배주주를 견제하기 쉽지 않으나, 의결권을 특정 후보 1인 또는 수인에게 집중 행사하면 다수의 이익을 대변하는 후보를 이사회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집중투표제 도입에 우호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영풍과 MBK는 집중투표제 도입이 소수주주를 위한 신규 이사 선임을 막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분구조상 1~2대 주주가 전체 주식의 80~90%를 차지하고 있다는 이유다.
한국ESG평가원은 “MBK라는 사모펀드 경영이 한계기업 턴어라운드에서 효과가 크다"면서도 “실적과 재무구조가 우수한 고려아연 경영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고, 기업가치 제고에 우위를 갖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해외 매각 이슈도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과 근로자 및 지역에서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으로, 고려아연이 전구체 원천 기술 등의 국가핵심기술 지정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과 무관치 않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현 경영진의 경영능력과 함께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에 진심이라는 점을 인정해주신것에 감사드린다"며 “주주가치 제고와 선진 거버넌스 구현을 위한 노력에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