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디지털전환(DX)을 이끄는 롯데정보통신이 본격적인 혁신에 나선다. 설립 28년 만에 '롯데이노베이트'로 사명을 바꾸고, 자율주행 사업으로 보폭을 확장하는 등 변화의 속도도 빨라진 모습이다. 그룹의 주요 사업인 유통과 화학이 부진한 가운데, 롯데정보통신의 그룹 내 입지가 더욱 탄탄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정보통신은 오는 21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명을 롯데정보통신에서 롯데이노베이트로 변경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이와 함께 사업목적에 '자율주행자동차를 활용한 유상운송 사업'도 추가한다. 그룹사의 DX를 리딩하는 데 이어 기술을 통한 혁신의 진정성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롯데정보통신이 사명을 바꾸는 건 지난 1996년 설립 이래 28년 만이다. 롯데그룹의 정보기술(IT) 회사로, 시스템통합(SI) 업무와 함께 메타버스, 전기차 충전 인프라 등의 신사업을 펼쳐왔다. 롯데정보통신의 지난해 연결 기준 연매출은 1조1967억원, 연간 영업이익은 569억원이다.
업계에선 롯데정보통신이 메타버스와 전기차 충전기 인프라 사업 등 신사업에 더 힘을 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정보통신은 2021년 메타버스 전문회사 칼리버스를, 2022년에는 전기차 충전 전문회사 이브이시스(EVSIS)를 인수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새 수장으로 고두영 대표를 선임하며 리더십을 교체했다. 고 신임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는 신사업에서의 수익성 확보다.
다행히 관련 시장은 큰 폭의 성장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롯데정보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은 올해 99조원에서 2030년 679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전기차 충전기 보급은 2022년 24만 대에서 2030년 123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롯데정보통신은 올해 하반기 초현실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를 오픈해 본격적인 국내외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롯데정보통신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칼리버스를 공개해 큰 호평을 받았다. 롯데정보통신은 CES 현장에서 최대 규모의 일렉트로닉 뮤직 페스티벌 '투모로우랜드'와 독점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전기자충전 자회사인 EVSIS는 올해 북미와 일본, 인도네시아 등으로 보폭을 확대해 본격적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장한다. 지난해 글로벌 진출을 위한 충전기 인증을 모두 획득했으며, 인도네시아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을 수주하며 동남아 시장 진출의 신호탄을 쐈다.
EVSIS는 최근 충청북도 청주에 신공장을 준공해, 전기차 충전기 생산 능력을 기존대비 2배 이상 늘렸다. 국내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도 크게 확대할 전망이다. EVSIS는 지난해까지 4000기 이상의 충전기를 구축·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이를 7500기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주총에서 새로 사업목적에 추가한 자율주행 시장도 롯데정보통신의 미래 사업 중 하나다. 롯데정보통신은 자율주행 사업을 위해 최근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 업체 뉴빌리티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양사는 공장이나 빌딩, 외곽 등을 저속 주행하며 시설물의 보안 및 안전 이상 징후를 탐지하는 사물인터넷(IoT) 디바이스 기반 로봇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이 과정에서 뉴빌리티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무인 이동체를 개발하고, 롯데정보통신은 현장의 물리보안 구축 데이터를 공유하고 IoT 기반 물리·산업안전 디바이스를 제공한다. 해당 로봇이 개발되면 공동 마케팅을 추진해 자율주행로봇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