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의 난이도는 미국에 비해 상당히 높다. 누가 이런 어려운 주식시장에 뛰어들려 하겠나?."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놓은 게 지난 2월이니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금융주와 같은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을 사들이며 이에 화답했다. 하지만 정부가 두 차례에 걸쳐 내놓은 세부안을 보면 강제성이 전혀 없어 맹탕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간 시장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와 더불어 소각 시 법인세 혜택, 배당소득세율 및 상속세율 인하와 같은 세제혜택에 대한 기대감이 컸었다. 하지만 기업의 자율을 보장하는 대신 인센티브를 통해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사실상 '속빈 강정'이라는 지적으로 이어졌고, 급등했던 일부 종목들의 주가 또한 뒷걸음질 쳤다.
다만 최근 정부가 배당소득을 분리과세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금융소득이 연간 2000만원 이하인 경우 세금으로 15.4%만 내면 된다. 하지만 2000만원을 초과한다면 다른 종합소득(근로소득, 사업소득, 연금소득, 기타소득)과 합해 누진세율(6.6%~49.5%)을 적용 받게 된다.
배당 분리과세는 기업인들의 배당 의욕 상승으로 이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목돈이 필요하거나 현재 가진 현금이 없는 경우 기업인은 배당을 통해 자금을 수혈받는다"면서 “하지만 배당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상황에서 쉽게 배당에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상속세도 감면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지적이다. 기업을 남에게 넘겨주기보다 자녀에게 상속하는 걸 선호하는 국내 정서 상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상속을 진행하기 위해 주가를 억누르는 기업인들이 많다는 거다.
여기에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도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 주식 매매차익 중 500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 22%~27.5%의 세금이 과세되는 점을 두고 도입론자들은 정부의 폐지 방침에 부자감세라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고, 반대로 폐지론자들은 증권거래세가 당분간 유지되는 만큼 이는 이중과세며 큰 손들의 이탈로 이어져 국내 증시가 한바탕 홍역을 치를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전 금융당국 관계자도 “금투세 도입을 너무 서둘러서는 안된다. 세금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 없이 무조건 도입한들 시장에 주는 실익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 개인 투자자들은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금투세 전면 폐지를 요청하고 있다. 청원인은 “기관과 외국인, 법인에게 감세해주고 개인에게만 독박과세를 부과하는 금투세 전면 폐지를 촉구한다"며 “그리고 국민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불의한 법안에 국민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국민 거부권 행사법 제정도 촉구한다"고 썼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해외주식 투자 규모는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그 중 일부만 국내 시장으로 유(U)턴을 한다면, 또 그들이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다면 우리나라 자본시장도 건전하게 발전해 나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여당과 야당, 정부가 서로 소통하며 더욱 과감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