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EE칼럼] 핑크 수소의 희망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5.24 13:21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수소는 연소할 때 이산화탄소는 나오지 않고 물만 나온다. 그래서 청정에너지이다. 전기도 사용할 때 이산화탄소가 나오지 않으니 청정에너지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엄밀하게 말하자면 수소와 전기는 다른 에너지를 사용해서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에너지원이 아니라 에너지를 실어나르는 캐리어(운반자)이다. 그래서 전기와 수소는 그 자체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지만 청정하게 생산되었을 때만 청정에너지가 된다.


우리나라의 전력소비량은 년간 약 50만 석유환산톤(TOE)에 달한다. 이 가운데 35% 정도만이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에 의해서 생산되기 때문에 나머지 65%는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면서 생산된 전기이다. 따라서 전력부문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더 줄여야 한다.그런데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부문은 화석연료이다. 자동차의 휘발류나 디젤과 같이 화석연료를 직접 사용하는 형태로 약 200백만 TOE의 에너지가 소비된다. 전력의 4배가 넘는다. 이 부문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 더 절실하다. 그래서 화석연료를 사용하던 부분을 전기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기자동차가 나온 것이다. 그런데 비싸고 무거운 축전지를 연결할 수 없고 충전의 번거로움을 수용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면 수소를 연소하는 방식으로 할 수밖에 없다.


수소는 생산하는 방식에 따라서 몇 가지로 구분되는데 보통 색깔을 이용해서 명명한다. 석유화학·제철 공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부생수소와 화석연료를 개질하여 만든 수소를 '그레이수소'라고 부른다. 이 과정에서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부생수소는 다른 공정에서 부수적으로 생산하는 것이므로 1kg당 2-3천원 수준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지만 생산량을 늘리기 어렵다. 화석연료를 개질하여 수소를 생산하는 경우는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이렇게 생산된 수소를 쓸 바에는 화석연료를 그냥 쓰는 것이 낫다.


특히 천연가스를 개질해서 수소를 만든 것을 '청록수소'라고도 한다. 천연가스(CH4)를 산소(O2)와 결합시켜서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하고 남은 것이 수소(2H2)이다. 수소 1kg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10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된다. 이 경우에도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므로 그냥 굳이 수소로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보다 천연가스 자체를 그냥 사용하는 것이 낫다.그런데 그레이수소를 만드는 공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기술을 이용해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면 '블루수소'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은 있는가? 물리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기술이 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거나 경제성이 전혀 없다면 기술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 아직까지 블루수소는 연구대상이지만 실현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서 만든 수소는 '황색수소'라고 한다. 우리나라 전기의 35%가 원자력이나 재생에너지에 의해서 생산되므로 딱 그만큼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단계를 거치면서 효율만큼의 낭비가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것도 경제성이 없다.태양광이나 풍력발전과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원에서 생산된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하여 생산되는 수소는 '그린수소'라고 부른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태양광 발전은 이용률이 15%, 풍력발전은 20% 수준이다. 비싼 전기를 사용하여 생산된 수소가 쌀 수는 없다. 그나마도 재생에너지 전력이 남아돌 때만 남는 전기를 이용해서 수소를 생산한다면 수소생산모듈의 가동률은 5% 미만이 될 것이다. 이 방식으로는 수소 1kg당 1만원 정도가 들어간다고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 두 배 이상이 될 것이다. 그린이라는 단어의 느낌은 좋지만 그 느낌에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핑크수소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현재의 기술수준으로도 수소 1kg에 3천원 정도면 생산이 가능하다. 더 좋은 방식도 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전기의 전단계에서 생산된 증기를 이용해서 수소를 생산하면 조금 더 싸게 생산할 수도 있다. 현재 기술로는 핑크 수소만 핑크빛 미래를 전망하게 한다.지난해 경북 울진군은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단'을 조성하여 지역의 원전 그리고 새로 건설할 SMR(소형모듈형원전)을 이용하여 수소를 생산하기로 하였다. 영덕에도 수소산단이 조성되고 핑크수소를 생산한다고 한다. 드디어 희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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