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금융법안이 폐기 수순을 밟는다. 30일부터 시작하는 제 22대 국회에서는 법안 발의부터 새로 시작해야 하는 데다 여야간 첨예한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법안 처리 속도는 더뎌질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21대 국회가 이날 막을 내리며 국회의장단과 의원들은 의정활동을 마무리한다. 21대 국회는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의 대승을 거두면서 2020년 5월 30일 시작됐다. 이후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여야간 갈등이 더욱 첨예하게 부딪혔고, 주요 금융 법안들은 후순위로 밀리거나 처리되지 못한 채 국회에서 표류하다 결국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산업은행법과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산은법 개정안은 본점을 부산에 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법안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을 위해 처리돼야 하는 마지막 과제다. 현행 산은법 제4조 1항은 '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로 명시하고 있는데, 21대 국회에서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부산 지역구 의원들 중심으로 산은 본점을 '부산광역시'에 둔다고 수정하는 개정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과 부딪히며 법안 처리에 제동을 걸었고, 결국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2대 국회에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 22대 총선 결과 총 175석의 과반 의석을 확보했고, 범야권으로 여겨지는 조국혁신당도 12석을 확보해 여소야대 지형이 이어진다.
국회에서 산은법이 통과되지 못한다면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은 현실화되기 어렵다. 단 산은의 부산 이전 무산을 확신할 수는 없다는 것이 업계 예상이다. 산은은 이미 지역성장 부문을 부산으로 이전하고 해양산업금융 2실을 신설하는 등 부산 이전을 위한 조직개편을 진행한 상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산은의 부산 이전은 법 개정만 남은 채 모든 행정 절차가 마무리됐다"며 “이미 시작을 했기에 이를 없던 일로 하고 처음으로 돌리기는 어려울 수 있다. 민주당이 앞으로 어떤 의견을 보일 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새마을금고 개정안은 새마을금고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혁신안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법안이지만 산은법과 마찬가지로 폐기 수순을 밟는다.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은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을 단임제로 하고, 전무이사와 지도이사를 경영대표이사로 통합하는 등 지배구조를 손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배구조 변화는 혁신안의 가장 큰 핵심이다. 개정안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모두 발의했으나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된 후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개정안을 두고 여야간 뚜렷한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다른 안건들에 밀려 후순위로 밀려나고, 여야간 세부 내용이 조율되지 않아 국회 통과에 속도를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법안 처리가 지연되자 새마을금고가 혁신 동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 행정안전부는 국회 입법이 필요한 과제 외에 신속히 추진할 수 있는 새마을금고 혁신 과제부터 중점적으로 이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행안부는 22대 국회가 시작되면 입법 활동을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도 하반기에는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마무리되길 기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여소야대 지형에서 여야간 대치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22대 국회는 시작부터 의견이 첨예하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