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7월 05일(금)



[EE칼럼] 드디어 발표된 전기본, 첨단 전력망 건설이 문제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6.03 11:24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이 만들어져 5월 31일에 정부에 전달되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은 2008년부터 발표해 오던 에너지기본계획을 지난 정부에서 더 이상 만들지 않는 것으로 법 규정을 변경한 이후부터 에너지 부문에서 가장 중요한 세부 기본계획으로 자리 잡아 왔다.


비록 전력 사용량이 우리나라 총 에너지사용량의 20%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발전원에 대한 첨예한 갈등과 낮은 전력 요금으로 인한 전력공기업 부채에 대한 이슈로 인하여 중요성이 크게 주목받아 왔다.


이번 11차 전기본은 확정되면 2024년부터 2038년까지의 15년 계획을 담게 되는데, 장기 수급 전망을 바탕으로 어떠한 발전설비를 언제 건설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담는다. 상당히 세부적인 계획을 담기에 참여 전문가가 상당한데, 이번 실무안을 만들기 위한 총괄위원회의 민간 전문가만 90여 명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전달된 실무안은 이후 환경영향평가, 정부 부처 간 협의, 국회 보고 등 절차를 거쳐 연말에 확정된다.


이번에 제출된 11차 전기본 실무안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먼저 2038년까지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전기 중 70% 이상을 '무탄소 전기'로 채운다는 목표를 들 수 있겠다. 기존의 9, 10차 전기본의 무탄소 전기 생산 목표보다 더 높인 것이다. 이는 2009년 최초로 국내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립 이후 지속되어 온 무탄소 전력 생산량 목표의 증가 추세를 이어간 것이기에, 한때 여러 방향으로의 논의가 이루어지던 이번 정부의 전력 정책 방향이 분명히 결정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과 소형원자로(SMR)를 포함한 원자력을 함께 늘려 2038년 무탄소 전기 목표인 70%를 달성하기로 한 것 역시 정책의 목표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무탄소 전기 생산이 가능한 발전원이라면 갈등이나 차별 없이 모두 함께 늘려가자는 것이다.


기후변화협약에서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달성을 위해서는 이번 11차 실무안의 목표보다도 2배 이상으로 무탄소 전기 생산량을 더 늘려가야 함을 고려하면 이는 당연한 방향이라고 보인다.


실무안은 10차 전기본보다 더 높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권고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 설비를 2030년까지 현재의 3배 수준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또한 10차 전기본에서 확정된 노후 석탄 발전소의 천연가스 발전소로의 전환을 유지하고 있다.


실무안은 또한 원자력발전소를 최대 3기 새로 짓고 소형원자로도 실증을 넘어 1기를 실제 건설하여 활용하기로 하였다.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SMR에 대한 실증사업과 더불어 국내 건설 및 가동을 통한 실적(track record)을 쌓아 해외에 수출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한편 실무안은 2038년 국내 최대 전력 수요는 129.3GW(기가와트)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적정한 전력 예비율로 22%를 적용하였다. 이 부분은 그러나 최근 봄철 전력 소비가 급감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보다 입체적인 고려가 필요해 보인다. 즉, 발전원과 소비자 사이의 물리적인 거리를 줄여 전력망 건설을 줄이거나, 첨단 정보통신기술과 4차산업혁명 기술을 사용하여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프로슈머(prosumer) 형 발전을 추가하여 적정 예비율 자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충분히 담겨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실무안은 현재 우리나라 전력 부문의 최대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전력 계통에 대한 투자 부족에 대한 해결 방안을 충분히 담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전력계통망 투자 지연과 감소로 인한 부작용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 심각한 전력 계통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지방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전력망도 제대로 건설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실무안에 더하여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통한 체계적인 전력계통망 투자 계획을 마련하여 실시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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