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6월 18일(화)



[EE칼럼] 양수 발전의 재발견: 배터리를 압도하는 경제성·환경·성능 측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6.13 10:59

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미국 포틀랜드주립대학 겸임교수


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미국 포틀랜드주립대학 겸임교수

▲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미국 포틀랜드주립대학 겸임교수

과거에는 양수 발전소의 짝꿍은 원자력 발전소였다. 원자력 발전소는 안정적으로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지만, 출력 조절이 어렵고 빠르게 반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요가 부족한 야간에는 잉여 발전량이 생기기 때문이다. 양수 발전소는 수요가 낮을 때 잉여 전력을 사용해 수량을 높은 곳으로 펌핑하고, 수요가 높을 때 방출하여 터빈을 돌린다. 이를 통해 전력 수요의 변동을 조절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유지할 수 있는 전통적이며 대표적인 유연성 자원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급증하는 재생에너지로 인해 에너지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의 필요성이 부각되어 왔다. 원자력과 함께 출력 조절이 어려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피크를 찍는 낮시간에는, LNG와 석탄발전소까지 출력제어를 실시해야 할 정도로 과잉공급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 실례로 지난 6년간 양수발전 용량은 큰 변화가 없음에도 주간시간 펌핑기동 횟수는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봄철 전력수요는 해마다 최저 수치를 갱신하고 있는데 반해, 태양광 설비용량은 금년도 5월말 기준 25.1GW를 기록하며 원자력 수준까지 급증한데 따른 것이다.


2021년 멕킨지보고서에 의하면 글로벌 넷제로에 현재 대비 10배 이상의 장주기 저장장치가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3.1)에 따르면, 국내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은 11.4%에서 30.6%로 약 3배가량 증가할 전망이나, 에너지스토리지 산업 발전전략('23.10)을 통하여 2036년 기준 26.26GW를 필요량으로 제시함으로써 저장장치의 규모 확대는 이를 훨씬 뛰어 넘어야 함을 예고하고 있다.




즉, 재생에너지 발전의 간헐성으로 인한 전력수급 불안정은 유연성 자원의 압도적인 확보 없이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최근 들어서 지역적으로 편중된 전력수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송전선로 용량 부족 문제는 지역별 에너지 자립과 분산전원의 필요성을 더하고 있다.


이러한 긴박한 상황은, 그간 많은 정책적 지원을 받아온 ESS로서 배터리에 비해 경시되어 왔던, 전통적이고 물리적 저장장치 로서의 양수발전소를 다시금 돌이켜보게 한다. 양수 발전소는 대규모 에너지 저장이 가능하다. 수백 메가와트(MW)에서 기가와트(GW)급의 전력을 저장하고 방출할 수 있으며, 이는 현재 배터리 기술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따라서 대규모 전력 시스템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양수 발전소는 물리적 원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신뢰성이 높다.


배터리는 과열, 화재 등의 위험이 있을 수 있으며, 특히 대규모 설치 시 안전 관리가 중요하다. 게다가 제조, 사용, 폐기 과정에서 환경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배터리와 달리 화학 물질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환경 오염 위험이 적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경제성 여부도 사실은, 배터리를 압도한다. 양수 발전소는 초기 건설 비용이 높지만, 운영 및 유지보수 비용이 낮고 긴 수명을 갖는다. 스위스 Engeweiher의 1.5메가 발전소는 1907년 가동 개시되어 2052년까지 운전 예정이다. 사실 인프라는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음을 감안하면 발전기만 계속 교체하면 되는 것이다. 반면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짧은 수명과 높은 교체 비용이 있다. 우리가 흔히 2년마다 바꾸는 휴대폰을 생각해보면 된다. 따라서 장기적인 경제성을 고려할 때 양수 발전소가 단연 더 유리하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은, 대한민국은 산지가 많고 고도가 높은 지역이 많아 양수 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상하부 저수지 설치에 유리한 곳이 많다는 것이다. 즉 지형적 고저차를 이용해 효율적으로 물을 저장하고 방출할 수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환경영향평가 기준에만 부합할 경우, 예산만 확보되면 바로 착공할 수 있는 후보지가 여럿 존재하는 상황이다.


중국에서는 양수발전을 심지어 송배전 설비로 분류하여 자체적인 경제성조차 따지지 않고 있다. 전세계 신규 양수 발전시설의 80%가 중국 내 발주량이다. 이것이 중국으로 하여금 급격한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을 가능케 한 배경으로 추정된다. 뜬구름 잡는 재생에너지 목표량을 두고 정쟁을 할 시간에, 정작 서둘러야 할 것은 따로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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