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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부의 ‘외눈박이’ 마약·도박 정책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6.17 17:50
김철훈 기자

▲김철훈 유통중기부 기자

대표적 사회악인 마약과 도박을 근절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강하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지난 2년간 국내에 반입되는 마약 적발과 마약사범 단속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도박 역시 홀덤펍 내 불법행위 등 불법도박 근절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경찰청,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기관은 물론 강원랜드, 한국마사회 등 공기업도 힘을 합쳐 범정부 공조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마약과 도박은 중독성이 강하고, 특히 청소년에 노출을 엄격히 막아야 하는 만큼 정부의 강경한 태도는 매우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마약·도박을 단속·근절의 대상으로만 보는 정부의 태도는 반쪽짜리 정책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마약·도박과 같은 사회악은 억누를수록 음성화될 뿐 아니라 '산업적 잠재력'을 실현할 기회까지 허공에 날리는 꼴이기 때문이다.




마약(마리화나) 제조에 쓰이는 식물인 대마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마약류'로 분류돼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재배지의 경우 섬유·식품에 사용하는 줄기·씨앗·뿌리를 제외하고 환각성분이 들어있는 꽃·잎 부분은 감독관 입회 하에 전량 소각한다.


'의료용 대마'로 불리는 대마 품종인 '헴프'는 품종 개량을 통해 꽃 부분에도 환각성분이 거의 없는 동시에 꽃 부분에 뇌전증·치매 등 치료제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최근 유엔, 미국, 유럽 등 세계적으로 '헴프' 종을 대마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추세다. 의료용 대마의 글로벌 시장은 60조원 규모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여전히 마약류관리법상 '마약류'이고, 경북 안동 등에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가 있지만 이곳에서도 연구·실증만 할 수 있어 헴프종의 치료제 성분을 활용한 의약품·화장품의 제조·판매·수출 등 상업화는 국내에선 일절 할 수 없다.


일본이 최근 마약성 대마 규제는 강화하면서 동시에 헴프종 대마로 만드는 의약품·화장품의 제조·판매·수출입은 전면 허용한 것과 대조적이다.


도박 역시 내국인 카지노의 영업장 실내 크기 규제, 경마의 온라인 마권 발매 매출 비율 규제 등 도박 중독 예방이나 청소년 접근 차단과 크게 상관없는 불필요한 규제가 여전히 남아있어 불법도박 이용자가 합법 사행산업으로 넘어오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


'마약·도박은 무조건 나쁘다'는 단순한 국민 감정이나 시민단체의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의료용 대마의 양성화, 카지노·경마의 불필요한 규제 철폐로 산업적 가치를 선별해 키울 수 있는 정부의 개방적이고 거시적인 정책 마인드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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