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2일(일)



[EE칼럼] 미세먼지와의 싸움은 장기전이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6.24 10:52

조용성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조용성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조용성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얼마 전 발표된 포스텍 연구팀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의 국내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20㎍/㎥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고하는 수준인 5㎍/㎥를 한참 웃도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초미세먼지는 호흡을 통해 몸속 깊숙이 침투해 여러 질병을 발생시키는데 임산부와 어린이 그리고 65세 이상 고령층이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스텍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재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지속되고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게 되는 경우, 2050년에는 약 11만명이 조기 사망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2050년의 조기 사망자 수를 2020년 수준으로 낮추려면 초미세먼지 농도를 6㎍/㎥까지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문득, 극심한 대기 정체로 인해 초미세먼지 농도가 50㎍/㎥를 넘어서는 날이 일주일이나 지속되고, 기준치(24시간 평균치 35㎍/㎥)를 초과하는 날이 23일이나 되어 지금까지의 기록 중 가장 최악의 한해로 기록되었던 2019년의 상황이 떠올랐다. 당시 국민들의 걱정과 정부의 신속한 대처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최고조에 달했고, 그에 앞서 2016년에는 “고등어가 미세먼지 주범"이 되는 웃지못할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국회는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였고, 정부는 범정부 부처가 참여하는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와 국민의견 수렴기구로서 <국가기후환경회의>를 출범시켰다. 이때 처음으로 “미세먼지관리종합계획(2019~2024)"이 수립되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2005년 대비 2020년 서울의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75% 줄어들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OECD국가 중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이고 농도를 낮추는 것은 왜 이리 어려운 걸까? 우리나라는 급격한 산업화와 중화학공업 위주의 산업구조, 높은 인구밀도, 중국 등 인접국가의 영향을 받는 지리적 위치로 인해 항상 미세먼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또한 대도시 지역의 교통량 및 경유차 증가 그리고 석탄발전소와 같은 사업장으로부터의 미세먼지 배출량 증가가 중요한 요인이다. 특히 국내외적으로 중요한 논쟁이 되고 있는 석탄발전소의 경우,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도입으로 예전과 달리 미세먼지가 심각한 날에는 석탄발전소의 가동률을 낮추거나 정지하고, LNG 발전소를 대체 가동하거나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을 높여서 미세먼지 발생량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석탄발전소에 대한 조치는 한시적이고 제한적일뿐 국가 전반적인 전력 수급여건을 고려할 때 석탄발전소를 빠르게 폐지・축소하는 것은 어렵다.


최근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 기준 석탄발전소 비중은 17.4%로 과거(19.7%)에 비해 하향 조정되었지만 여전히 석탄발전소는 미래에도 가동될 예정이다. 이유는 현재 시점에서 석탄발전의 단가가 저렴하고, 석탄발전으로 인해 발생되는 미세먼지 및 다른 대기오염물질의 사회적 비용을 가격에 충분히 반영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세먼지를 비롯하여 이산화탄소 배출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석탄발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전력가격에 올바로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발전비용의 증가는 단기적으로 소비자 전기요금을 인상시키고 물가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인해 정부와 국회, 그 누구도 섣불리 나서서 비용부담과 전기요금 문제를 다루고 싶어 하지 않는다.


또 다른 문제는 대도시 지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주범인 경유차에 대한 관리이다. 수도권 지역의 경우 미세먼지 배출량의 약 23%가 경유차로부터 발생하고 있다. 경유차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휘발유가격 대비 경유가격 비율을 높이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물론 경유가격 인상에 따른 증세 논란문제, 산업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등은 수송용 경유가격의 인상을 현실적으로 어렵게 한다. 하지만 급증하고 있는 경유차에 대한 수요 억제 및 노후 경유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대도시 지역의 미세먼지 배출량과 농도를 낮추는 것은 어렵다. 이외에도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자동차로의 전환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 수립 및 재정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 최근 전기차에 대해서 에너지효율등급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모든 내연기관 차량에 등급을 매기고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차량에 대해서는 실효적인 운행 제한 및 폐차 유도가 필요하다.




끝으로 정부의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19년 수립된 제1차 미세먼지관리종합계획이 올 해 종료된다. 제2차 계획 수립이 빠르게 추진되어야 하지만 그에 대한 정부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범정부 차원에서 미세먼지 정책의 컨트럴 타워 역할을 하던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 활동이 정부 방침에 따라 2026년 2월에 종료될 예정이다. 하지만 그 후속 조치에 대해서는 계획된 것이 없다. 현재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낮아져 있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다른 곳을 비추고 있지만, 여전히 미세먼지의 위협은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있고 그 위험성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는 단기간 내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새롭게 대두되는 이슈들을 주시하며 단호히 대응해 나가야 하는 길고 험난한 과정일 수 있습니다." 이것은 국가기후환경회의가 554명의 국민정책 참여단의 숙의와 토론 과정을 거쳐 도출한 “중장기 국민정책제안" 내용에 담긴 글이다. 미세먼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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