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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트럼프 ‘시즌2’ 가능성 고조…韓 산업계 대응책 마련 시급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6.30 11:34

경합주 우세 지속·TV토론 ‘완승’…반도체·자동차·배터리·철강·방위산업 등 우려

나광호

▲나광호 산업부 기자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열린 첫번째 TV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을 상대로 완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9월 '2차전'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중동 분쟁과 관련해 아랍 국가와 멕시코를 혼동하는 등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논란이 심화되고 있는 탓이다. 조지아·애리조나·펜실베이니아 등 일명 '경합주(스윙스테이트)'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세가 지속되면서 재집권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 산업계도 이에 따른 대비가 필요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업가 출신답게 무역수지를 종종 언급하는 인사다. 5월 한달간 자국에 109억3000만달러를 수출하는 등 10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인 한국도 타겟이 될 수 있다.


특히 반도체·자동차·배터리·철강·방위산업을 비롯해 미국을 주력 시장으로 하거나 현지 진출을 통한 성장을 모색하는 업종이 우려 대상으로 꼽힌다.


반도체와 자동차의 경우 관세 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165만대에 달하는 차량을 판매했고, 올 1~5월에도 5만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전년 동기 대비 70.5% 성장하면서 탑3 진입을 노리는 상황이다.


철강업계도 미국 대선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동북아 3국 중 무관세로 수출 가능한 물량을 가장 많이 배정 받았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외국산 철강에 대해 60%가 넘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후변화 대응을 비롯한 친환경 정책에 부정적이지만, 철강을 포함한 수입산 제품을 겨냥한 청정경쟁법이 의회에서 통과될 경우 현 수준의 수출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앞서 US스틸 인수를 시도했으나 난항을 겪고 있는 일본제철의 사례로 볼 때 국내 기업도 현지 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의 경우 '먹구름'이 예상된다. 대중 규제 강화가 장기적인 모멘텀 확보에 도움을 주겠지만,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폐지 또는 축소되면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되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 1분기 영업이익 1573억원을 시현했다. 그러나 첨단제조 세액공제를 제외하면 -316억원으로 떨어진다. SK온은 세액공제까지 빠지면 적자 폭이 더욱 커진다.


더 큰 문제는 전기차 의무화 및 보조금 지급 정책 폐지를 시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미는 국내 업계가 미래먹거리로 보고 있는 지역이다. 전기차 침투율이 낮고 중국 제품의 입지가 약한 덕분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구매력을 지녔다는 점도 거론된다. 삼성SDI가 북미 진출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돌아오면 배터리3사의 투자금 회수기간이 길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2027년 글로벌 수출 4강 진입을 위해 미국 진출을 타진하는 K-방산의 주름살도 깊어지고 있다. 한·미 국방상호조달협정(RDP-A) 재협상 등 양국간 방산협력이 후퇴할 수 있다는 이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을 공언한 것도 변수다. 그간 동유럽을 중심으로 한국산 무기체계의 약진을 도운 '동앗줄'이 사라지는 셈이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속담처럼 이번 파도를 잘 넘기면 향후 수출경쟁력 증대 등 오히려 리스크를 위기로 바꿀수도 있다.


가격경쟁력 향상을 비롯한 정공법 뿐 아니라 합작사(JV) 설립 확대로 '바이 아메리칸' 기조에 대응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관세장벽이 인플레이션을 촉진하고 궁극적으로는 자국 산업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도 지속적으로 어필해야한다. 미국은 스무트-홀리법을 비롯한 악성규제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기 때문이다.


아웃리치 활동을 전개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점은 다행이지만, 보다 현실적인 대책 수립에 집중해야 할 시기가 됐다.


트럼프 바이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오른쪽).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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