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인공 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대한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 High Bandwidth Memory) 'HBM3E' 8단 제품 공급 초읽기에 돌입했고, 올해 4분기 중 실제 납품이 진행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7일 영국 로이터 통신은 3명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이와 같이 보도했다.
이들은 삼성전자와 엔비디아는 이른 시일 내 공급 계약을 맺고 4분기부터 납품이 이뤄진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HBM3E 중 12단 샘플에 대한 테스트는 현재 진행 형이라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객사와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역시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계약 사항이 일반에 공개될 경우 파기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지난 5월 삼성전자 HBM이 발열·전력 소비의 문제 탓에 엔비디아의 퀄리티 테스트를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고 전한 바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여러 글로벌 파트너들과 HBM 공급을 위한 테스트를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해명 공시를 띄웠다.
또 지난달 24일에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향 4세대 HBM 'HBM3'를 납품하기 위한 퀄 테스트에 합격했지만 HBM3E 관련 테스트는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퀄 테스트가 진행 중일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전자 HBM에 관한 로이터 보도는 신빙성이 다소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테스트 통과가 사실일 경우 삼성전자 DS 부문은 실적과 관련해 대폭 개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올해 전반적으로 고객사 수요 회복과 더불어 본격 양산되는 3나노 등 최첨단 어드밴스드 공정이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편 중장기는 모바일과 전장 수요 증가와 함께 거대 언어 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의 발전에 따라 HBM 수요가 증가할 것이고,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대해볼 수 있다.
작년 말 기준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 53%로 명실상부한 탑 티어로 자리매김한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 중이다.
HBM 시장 점유율이 높다는 것은 곧 가격 협상력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엔비디아는 삼성전자로부터도 제품을 받아야 공급 단가 인하를 이뤄낼 수 있게 된다.
송명섭 iM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까지는 SK하이닉스의 공급량만으로 필요 물량을 채울 수 있었던 엔비디아는 내년 수요 증가에 대비해 삼성전자 HBM3E에 구매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대만 시장 조사 업체 트렌트포스는 올해 하반기 중 각 제조사들이 고객사로 5세대 제품인 HBM3E을 인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로써 HBM3E은 HBM 시장 내 주류로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가능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생성형 AI향 수요 대응 차원에서 이번 달 HBM3E 12단 제품 양산을 2분기 내 시작했다"며 “어드밴스드 TC NCF 기술로 HBM3 8단과 동일한 높이로 12단 적층 구현·성능과 용량 모두 50% 이상 향상됐다"고 언급했다.
한편 iM하이투자증권은 각 가속기 반도체 업체들에게 할당된 CoWoS 설비가 100% 가동된다고 가정할 경우 올해 HBM을 탑재하는 가속기 반도체의 생산량은 엔비디아 473만개를 포함, 최대 932만개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반영한 HBM의 올해 최대 수요량은 8억8000만GB이고 올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HBM 3사의 생산 계획은 총 13억8000만GB에 달해 수요량을 넘어서 수급 둔화 현상이 생겨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