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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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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없으면 ‘단명’… 게임 서비스 종료 사이클 빨라졌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8.26 15:42

장수 게임부터 지난해 출시작까지 성과 못내면 서비스 종료

웹젠 ‘뮤 오리진’ 다음달 종료…비용 효율화로 차기작 집중

환불 정책에 이용자 불만 적잖아…일부 게임은 마찰 빚기도

웹젠

▲웹젠의 '뮤 오리진' 서비스 종료 안내 공지. 캡처=이태민 기자

게임업계의 서비스 종료 사이클(cycle)이 올들어 더 빨라진 모양새다. 대표 지식재산(IP)으로 자리매김한 장수 게임부터 출시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게임까지 수익성이 나타나지 않는 작품을 잇따라 정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지만, 게임에 오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온 이용자들의 반발도 적잖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웹젠의 모바일 게임 '뮤 오리진'이 다음달 15일을 끝으로 서비스를 종료한다. 2015년 4월 출시한 지 9년 만으로, '뮤' IP 부활을 이끈 상징적인 게임이다. 그러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시장이 범람하면서 접속률이 저조해짐에 따라 서비스를 종료키로 한 것으로 분석된다.


넷마블은 지난 22일 대표 IP '세븐나이츠'와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의 서비스를 종료했다. 세븐나이츠는 2014년 출시된 수집형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으로, 넷마블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러나 개발 인력 부재가 장기화함에 따라 서비스를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넷마블은 원작의 리메이크 프로젝트 '세븐나이츠 리버스'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위메이드는 지난 5월 '미르M' 국내와 글로벌 서비스 중단 공지를 올렸다. 이 게임은 대표 IP '미르'를 활용한 게임으로 지난 2022년 6월 국내에 선보였지만, 성과 부진이 이어지며 출시 약 2년 만에 철수를 결정했다. 미르M 글로벌은 출시 직후 동시접속자 20만명을 돌파했지만 지속 감소세를 보이다 올해 500명대까지 줄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네오위즈도 7년 동안 운영한 모바일 RPG '브라운더스트'도 올해 12월 마지막 업데이트 후 라이브 서비스를 중단한다. 다만 오프라인 싱글 모드 전환을 통해 그동안의 게임 플레이 내역은 보존할 계획이다. 컴투스홀딩스도 지난 3월 '크로매틱 소울' 서비스를 출시 8년 만에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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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출시한 엔씨의 퍼즐 게임 '퍼즈업 아미토이'가 오는 28일 서비스를 중단한다.

특히 올해는 출시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게임 서비스 조기 종료가 예년보다 두드러진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9월 출시한 모바일 퍼즐 게임 '퍼즈업 아미토이' 서비스를 오는 28일 중단한다. 비슷한 시점에 선보인 웹젠의 서브컬처 RPG '라그나돌'과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도 오는 9월과 10월 각각 서비스가 종료된다.


해당 게임들은 모두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장르 다각화를 시도한 작품들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출시 이후 이렇다 할 흥행 지표를 이끌지 못함에 따라 서비스를 조기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게임사들이 이처럼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 서비스를 정리하는 이유는 라인업을 재정비하고 차기작 개발에 집중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대부분의 게임사가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는 데다 비용 효율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이용률이 낮은 게임을 정리하는 대신 신사업 경쟁력을 키우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용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선 새 콘텐츠를 지속 업데이트해야 한다"며 “수익이 나오지 않음에도 개발 인력을 지속 투입하면 적자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부득이한 결정을 내릴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갑작스러운 서비스 종료 소식에 이용자들 사이에선 반발 여론이 적잖다. 서비스 종료 결정 후 공지를 올리기 전까지 게임 아이템을 판매했다면 고의적 편취 또는 사기성이 있다는 것.


특히 장수 게임의 경우 다년간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온 '헤비 유저'의 비중이 높은데, 그동안 축적해 온 재화에 대해선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서비스 중단에 따른 환불 정책은 대부분 미사용 재화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용자 대다수는 결제 직후 재화를 이용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환불을 요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웹젠은 '뮤 오리진' 서비스 종료 안내 직후 아이템 환불을 두고 이용자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환불 대상이나 범위의 경우 서비스 종료 결정 직후 운영진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라며 “나름의 내부적 기준을 정한 후 공지하지만 자칫 법적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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