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경기 침체 우려와 반도체 고점론 등으로 하락중인 상황에서 서학개미들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매수하고 있다. 증시가 바닥을 찍고 올라올 것이라는 낙관적인 판단에서다.
11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를 보면 서학개미들이 지난 2일부터 10일까지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절반인 5개 종목이 레버리지 ETF로 집계됐다.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 3X ETF'가 차지했다. 해당 ETF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를 3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로 지수가 1% 오르면 3%가 올라 3배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다. 서학개미는 이달 들어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 3X ETF를 2억3801만달러(약 318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엔비디아 주가의 하루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상품인 '그래닛셰어즈 2배 롱 엔비디아 데일리 ETF'도 순매수 규모 5392만달러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서학개미들이 반도체 관련 레버리지 ETF를 대거 사들이는 이유는 반도체 관련 종목들이 단기간에 급락하자 저점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어서다. 최근 반도체 관련 종목은 인공지능(AI) 거품론 등이 불거지면서 주가가 크게 조정 받았다. 반도체 대장주인 엔비디아는 지난 6월 10일 액면분할 이후부터 지난 10일까지 약 3개월간 11.2%가 하락했다. 121달러대에 거래됐던 주가는 지난 10일 108.10달러까지 떨어졌다. 3조달러를 웃돌았던 시가총액도 2조6517억달러로 줄었다.
이처럼 엔비디아 주가가 단기간에 급락하자 지금을 바닥이라고 보고 주가 조정이 끝나가는 시점이라고 판단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났다. 반도체 종목들의 주가가 크게 조정 받은 만큼 상승에 베팅해 저점 매수에 돌입한 것이다.
실제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45% 올랐고 나스닥지수도 0.84% 상승한 1만7025.88에 마감했다. 엔비디아도 전장 대비 1.53% 뛰었다.
지수 레버리지 ETF로도 투자 수요가 집중됐다. 서학개미들은 이달 들어 나스닥100 지수의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를 1835만달러 사들였다.
이외에도 코인 베이스의 레버리지 ETF인 'GRNTSHR 2X ETF(2546만달러)'와 나스닥100 지수의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1835만달러)', 테슬라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 셰어즈 ETF(1389만달러)' 등도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10위권에 이름 올렸다.
또 미국 금리 인하가 확실시되면서 금리 인하 수혜가 예상되는 국채 ETF로도 매수세가 몰렸다. 서학개미들은 이달 들어 단기 국채 펀드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3개월 만기 단기 국채 ETF'를 1952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해당 ETF는 서학개미 순매수 순위 6위를 차지했다.
증권가에서도 반도체 업종 전망을 밝게 점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최근 부진을 딛고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민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AI 수요에 대한 기대감으로 약 2년간의 가파른 주가상승 이후 최근 부진한 매크로 지표, AI 수요 우려로 급격한 주가 조정을 겪었다"면서도 “그렇지만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를 강하게 유지할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