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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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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여부 놓고 찬반론 팽팽…입장차 재확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9.12 17:55

강유정·임광현·서영석·전진숙 의원 등 민주당 공동 주최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문제 공청회’
의료계 “방치 시 중독 위험”…게임업계 “낙인효과·부작용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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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오른쪽에서 5번째) 등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 문제 공청회' 참석자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FKI타워 컨퍼런스센터 루비홀에서 공청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태민 기자

세계보건기구(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 문제를 논의하는 공청회가 1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FKI 타워 루비실에서 열렸다. 2019년 WHO의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ICD-11) 발표 이후 관계 부처 및 전문가들이 모두 참석한 첫 대규모 공청회다.


강유정·임광현·서영석·전진숙 등 더불어민주당 4개 의원실이 공동 주최한 이번 공청회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등재 여부를 두고 각 진영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통계청은 내년 10월쯤 국내 질병분류체계(KCD) 10차 개정 초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때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에서 발족한 민관협의체에서 해당 문제를 논의 중인데, 의결을 존중하면서 개정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게임이용장애의 KCD 등재 여부는 의료계와 게임업계의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각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논의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과도한 게임 이용이 중독을 유발해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측면이 있어 예방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게임업계는 게임을 장애로 분류하는 순간 산업 경쟁력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를 제기해 왔다. 특히 중독에 대한 기준과 지표가 주관적인 만큼 게임을 즐기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 효과와 과잉 진료 등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 측은 이날 공청회에서 기존과 동일한 입장을 밝혔다. 문체부는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객관적 근거가 필요하며, 청소년 등 이용자에 대한 낙인효과로 사회적 차별 및 게임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어 국내 상황을 고려한 국가표준분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복지부는 국내 여건과 상황을 고려해 현실에 맞는 분류체계를 운영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면서도 과도한 게임 이용으로 일상생활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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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석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 박건우 고려대 안암병원 뇌신경센터장, 이만우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장, 이해국 카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상규 한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왼쪽부터)가 토론 세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태민 기자

이어진 토론 세션에서는 그동안 각계 의견을 제시해 온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팽팽한 논쟁을 펼쳤다.


등재 찬성 측 패널로 나선 이상규 한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게임이용장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기보단 오해와 낙인 완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질병코드 도입의 핵심은 게임 이용 자체가 아닌 심리적 의존과 통제력 손상, 갈등 경험"이라며 “게이머들이 간혹 겪을 수 있는 부작용일 뿐이며 적절한 관리와 개입을 통해 예방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해국 카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게임은 일반적 상품이라기보단 약간은 위험할 수도 있는 상품이라고 생각한다"며 “게임 이용자들이 보호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균형 잡힌 시스템이 마련돼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게임이용장애 진단은 게임이 원인임을 의미하는 게 아닌 게임 이용 패턴이 병적·중독적임을 의미한다"며 “반대 입장의 스펙트럼이 넓고, 논점이 다른데 한 번에 논의하다 보니 생산적이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등재 반대 입장인 박건우 고려대 안암병원 뇌신경센터장은 게임과 도박이 동급으로 취급되는 양상을 우려하며 신중론을 제시했다. 박 센터장은 “도박과 게임은 나타나는 중독 증상이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게임을 한다는 것 자체가 도박에 비견될 정도인지 모르겠다"며 “자칫 모든 과도한 게임 사용이 질병으로 해석될 위험이 있다. 이는 실제로 게임 중독이 아닌, 단순한 일시적 과몰입이나 다른 문제의 증상일 수 있는 상황에서도 불필요한 의료 개입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DSM-5에 게임이용장애가 '잠정적 진단 기준'으로 포함된 이유는 현재의 연구 단계에서 장애의 병리학적 성격을 입증하기 어렵고, 임상적 합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게임 이용이 모든 사용자에게 동일한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추가 연구 및 신중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조문석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 역시 “게임이 게임이용장애의 직접 원인인지, 피해 및 비용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에 대해 입증된 근거가 부족하고, 다른 정신질환 등 제3 요인으로 설명될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또 “게임이용장애 등재에 따른 파급효과와 사회적 비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강제적 셧다운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사회적 기회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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