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의존도는 올 들어 17%대로 크게 줄었고 예치금 이자율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다른 사업 영역으로 충분히 벌충할 수 있습니다."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은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인터넷은행 케이뱅크가 상장하게 돼 기쁘다"며 “상장을 발판 삼아 비대면 금융 혁신의 속도를 높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IPO 최대어로 꼽히는 케이뱅크가 오는 30일 상장을 앞두고 본격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 2022년 시장 침체로 상장을 철회한 이후 2년 만에 상장 재도전에 나섰다.
희망공모가 밴드는 9500~1만2000원으로 예상 시가총액은 최대 5조원에 달한다. 올 상반기 IPO 최대어로 불린 HD현대마린솔루션보다도 높은 수준이며 지난 2022년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최대 규모다.
공모가 상단 기준으로 추산한 공모금액은 9840억원이다. 이와 함꼐 과거 유상증자 자금인 7250억원이 추가로 국제결제은행(BIS)비율 산정 때 자기자본으로 인정받게 되면 상장 이후 약 1조7000원 규모의 자금 유입 효과가 예상된다.
올해 IPO 최대…하지만 카뱅보다 높은 PBR 등 논란
높은 공모가에 시장에서는 고평가 논란이 제기됐다. 케이뱅크는 공모가 산정 시 비교기업(피어그룹)으로 국내 1위 인터넷 은행인 카카오뱅크를 선정했다. 하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이 2.56배로 카뱅(1.68배)보다 높게 적용됐다.
올 상반기 기준 카카오뱅크의 당기순이익과 자본총계는 각각 2314억원, 6조2895억원인 반면 케이뱅크는 당기순이익이 854억원, 자본총계가 1조9556억원 수준이다.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부풀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이에 최 행장은 “케이뱅크는 영업 초기에 고난과 역경을 겪었지만 매년 꾸준히 혁신하고 있다"며 “비대면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시장의 신뢰를 이끌어내고 있고 거버넌스 관련 리스크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업계에서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업비트發 수익성 저하 우려엔…“충분히 상쇄 가능"
최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된 업비트 예치금 이자율 상승과 관련해 케이뱅크 수익성이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충분히 대응 가능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업비트와의 거래가 단절될 경우 케이뱅크에서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뱅크런 사태는 기대할 수조차 없다"고 정면 반박했다.
지난 7월부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됨에 따라 업비트 예치금 이자율이 기존 연 0.1%에서 2.1%로 상향됐다. 이자율 상승으로 케이뱅크가 두나무에 지급해야 할 이자비용이 늘어난 셈인데 이는 곧 케이뱅크의 수익 악화로 이어진다.
케이뱅크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이에 대한 투자 위험성을 고지하기도 했다. 증권신고서에는 “예치금 이자비용의 상승은 케이뱅크의 업비트 예치금 운용손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케이뱅크의 올 상반기 업비트 예치금 운용손익과 하반기 업비트 예치금 운용손익에 중대한 차이를 야기할 수 있음을 투자자가 유의해야 한다"고 언급돼 있다.
문제는 현재 희망 공모가는 올 상반기 실적 기준으로 책정됐기 때문에 상향된 이자율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상장 이후 시장에 공개될 하반기 실적은 상향된 이자율이 적용돼 영업이익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나민욱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케이뱅크 IPO 관련 보고서를 내고 “업비트 예치금 이용료율 인상으로 순이자마진(NIM)이 감소할 것"이라며 “이는 이자이익이 약 600억원 줄어드는 효과로 기준금리 인하도 이어질 것을 감안하면 당분간 NIM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회사 측은 업비트 의존도가 낮아진 만큼 이자율 상승 부담은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케이뱅크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케이뱅크의 업비트 예치금 비중은 전체의 53%로 절반을 넘게 차지했지만 올 상반기 기준 17%로 의존도가 대폭 낮아졌다.
이준형 케이뱅크 CSO(최고전략책임자)는 “현재 업비트 예치금 3조2000억원인데 지난 8월부터 상향된 이자율이 적용됐다고 봤을 때 올해 200억~300억원정도가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출시한 SME(중소기업대출)·SOHO(개인사업자) 담보 대출을 통한 여신 성장이 최소 4조~5조원 수준이기 때문에 업비트 예치금 이자율 상승에 따른 부담은 충분히 상쇄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오는 16일까지 수요예측을 통해 18일 공모가를 확정한 후 이달 21일과 22일 양일간 일반청약을 진행한다.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이며 인수단으로 신한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이 합류했다.